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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평점 :
_“레나, 너도 알잖아.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는 걸. 스페인에서는 그런 사람을 ‘카세라 Casera' 라고 해.” .....
마르타는 스페인판 ‘집순이’ 였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집에서 일을 했다. 그녀가 안 보인다 싶어 긴 복도를 가로질러 그녀만의 작업 공간에 가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터를 잡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_p55
_‘혼자는 이런 곳에 못 왔겠지?“ 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혼자 떠난 여행에서 언니를 알게 되었고, 또 혼자 왔기에 이곳에서 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혼자하는 여행의 매력의 깊이는 어디까지 일까 싶어지기도 했다._p100
제목부터 공감되었던 여행 에세이, 작가 레나의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6개월을 택한 저자의 스페인 반년살이 내용이다. 스페인에 주로 머물면서 주변 국가들을 여행하는 모양새가 내 여행법과도 많이 닮아 있고 내용을 자세하게 적어놓아서 참 집중해서 긴 호흡으로 읽은 여행에세이다.
검은고양이를 키우는 스페인판 집순이, 마르타의 집에 머무면서, 호스트와 그 주변 인물들과도 인연이 되어 여행길을 같이 가기도 하고, 도미토리에 머물며 알게 된 이와의 잠깐의 동행, 심지어 친구를 발렌시아에서 만나기도 하는 저자의 길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일찍이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그것도 여행 동무로- 등장하는 여행기가 있었던가 싶었다.
거기에 여행지와 인연이 있는 호아킨 소로야, 루소, 헤르만 헤세 등의 스토리와 몬델로 해변에, 화산투어, 사막투어까지, 다양한 장소를 보는 재미는 물론, 그 경험치도 대단해서 읽는 즐거움이 굉장하다(이 모든 것들을 다 기록 할 수 있었다니!).
흔한 가족단위나, 커플단위가 아니여서 내게는 더 와 닿았고, 유럽 에어비앤비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그 근처만 왔다갔다 하는 내 여행법과는 살짝 차이가 있었지만 인물과 인물로 이어지는 다양한 경험들이 더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였다.
여기에 작가 레나의 세련되고 예쁜 그림들은 덤으로 얻은 선물 같았다. 적극 추천하고픈 여행에세이다.
_특별한 변화가 없을 거라면 왜 삶의 리스크를 지고 떠나야 하냐고?
변화는 결과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데 있지 않을까.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삶, 익숙한 곳을 벗어나고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삶, 외롭고 쓸쓸하지만 혼자 여행하는 삶.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이지만 성장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_p5
이 문단을 꼭 기억하고 싶다.
_그녀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실컷 털어놓고 나니 확실히 내가 느끼던 것보다 별일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_p95
_때때로 토마사는 밤에 켜 둔 스탠드 조명을 하염없이 들여다볼 때도 있었다. 정말로 조명 안의 전구를 망부석이라도 된 듯 꼼짝 않고 들여다봤다. 그 빛 속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_p64
"우리 또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어디인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