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계속된다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박현주 옮김 / 알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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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이곳을 떠나야만 하니이곳은 그 누구도 존재할 수 없는 곳남을 가치가 없는 곳이기에이곳은 참기 어렵고 차갑고 슬프며 황량하고 치명적인 무게를 지녔으므로 내가 반드시 탈출해야 하는 곳이기에나는 무엇보다도 우선 여행가방을 꺼내고정확히 여행 가방 둘이면 충문한 것모든 걸 두 개의 여행 가방에 쑤셔 넣고 ......_p11

 

헉헉.... 숨차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느낀 바다.

 

이 책, <세계는 계속된다>는 헝가리 현대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저자인데수전 손택은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일컫기도 했다고 한다이 평에서 짐작 가능한 것처럼 종말론적 성향과 함께 다소 시니컬한 문체가 읽는이의 뒤통수를 잡고 늘어진다.

 

온통 마침표 없는 쉼표로만 이어지는 문장들은번역한 이에게 존경심마저 들게 하였는데덕분에 읽는 내내 머릿속에깔끔하게 내용정리가 되기 어려웠다그래서 독서 중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냥 글에 나를 맡기는 것이였다.

 

그래도 난해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는데도서 소개에서 이상의 시를 언급했었던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말하다이야기하다작별을 고하다’, 3챕터로 나누어 넣어놓은 글들이 우리네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계속적인 탐구가 느껴졌기 때문이였다.

 

 

들어있는 모든 이야기들은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파국을 말하고 있다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탈출을 염원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삶의 억겁을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듯 했다어쩔 수 없는 실수를 계속하면서도 포기를 하지 못하는 본성이 이 단편들 속에서는 하나하나 분해가 되어 녹아있었는데개인적으로는 실존에 대한 많은 의미들이 떠올랐던 구룡주 교차로와 오롯이 백지로만 구성된 이스탄불의 백조’, 그리고 오히려 명랑하게 모든 것을 정리해주고 있는 듯 했던 마지막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_그는 구름 높이대략 1만 미터 고도에서 시속 900킬로미터의 속도로 북북서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눈이 멀 것같이 푸른 하늘언젠가는 죽으리라는 희망을 향해서._p197

 

 

결론적으로이 책 중 인물들 중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 시간 이였고선뜻 누군가에게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도서였다하지만 문학으로 어디까지 인간세계의 해체를 할 수 있는가가 궁금하다면 한 번 쯤 읽어봐도 좋다고 적극 권하고 싶다세상을 보며 아파하는 다른 방식의 표현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_.... 모든 개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그림자 속에서 괴로워하며 살아가다 마침내 슬프고도 일시적으로만 자명한 목표를 획득했을 때만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여겨진다그 목표란 바로 망각이다._p29

 

 

_... 나는 새로운 언어가 없이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나는 이 시대에서 갑작스레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으니나는 여러 날 동안 생각에 빠져서 곰곰이 숙고하며 스스로 괴로워했고그 후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아니야나는....._p47

 

 

_... 이것이이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경보등처럼 울려 퍼졌다네 번은 안 돼같은 방향은 안 돼그랬다가는 탈출구는 없어떠났던 자리로 돌아올 거야._p334

 

 

 

_기억은 망각의 기술이다._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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