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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평점 :
_망각의 힘을 빌릴 줄도 알아야 한다. 누군가는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되어야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망각이 최선의 예의다._p351
어느 날 꿈결처럼 우연히 본 남편의 모습은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아무 일 없었었든 평범했었던 다음날 아침......
그리고 일상이였고, 남편은 출근했고, 어느 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 시점부터 과거를 복귀해 본다... 어느 날 상원이가 아빠 옷에서는 항상 치킨 냄새가 난다고 했었던 것을 한참을 지난 후에 떠올릴 수 있었고, 자신을 예의주시하던 앞 동 여자의 시선.... 등..
주인공의 일상은 평범했다. 그 날 남편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나머지 가족은 모른다. 그 날, ‘내’가 본 것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상관이 없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 치밀하게 추적하는 추리소설류가 아니라, 주인공이 겪은 일들에 덤덤하게 때론 감정적으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었다. 삶은 계속 되었고 많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다른 남자와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서로의 아이들과도 호의적이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신을 사랑해준다.... 그 사건이후 알게 되었던 전남편의 행적으로 받았던 상처도 이 사람을 통해서 치유받고 있었다...
헌데 아들 ‘상원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뜻밖의 전개였는데, 주인공의 두 번째 남자 우성 캐릭터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에서 읽을수록 의심은 더 심해지게 한다..
한 편의 보통의 여성 삶에 대한 심리서사이기도 하고, 남자들의 생리에 대한 보고서 같은 소설이였다. 의외의 필법과 이야기로 지루함 없이 완독할 수 있었다. 부부관계, 가족에 대한 책임, 각자의 심리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읽기 전에 반했던 “소소한 일상 속 두 가족의 비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무섭다” 는 한 줄 평이 무슨 뜻이지를 알 수 있었다.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_여느 남녀의 만남이 그렇듯 우리 부부도 운명적으로 만났다고 다소 안일하게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
그날도 여느 날과 같았다. 세안, 식사, 배웅 순으로 진행되는 가족의 아침 의식을 마치고, 남편은 출근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_p11
_남편은 사고를 치고 도망갔다. 아니, 가족을 위해 사라졌다.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감옥이 아닌 다른 곳 어딘가에 가두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믿고 있어야만 한다. 내가 만든 설정에 나를 맞추어야만 한다. 한순간, 한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고 현실감이 없다. 나라는 사람이 정말 내가 맞는지도 혼란스럽다._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