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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평점 :
_결국 신경 과학은 갑자기 앞을 보게 된 눈먼 사람은 엄밀한 의미에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두뇌가 망막의 전기 자극을 해석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이 건강하다고 해도, 두뇌는 우리가 시각이라고 여기는 것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눈먼 사람의 두뇌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두뇌보다 촉각을 더 많이 이해하도록 학습한다._p156
_"그의 얼굴 앞에 진료실 문으로 짐작되는 밝은 형체가 있었다. 그는 문이 닫혔던 자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벽이 있었는데, 옆쪽에 비치는 빛이 위에서 오는 빛과 달랐기 때문에 그것이 벽임을 알았다.
그 빛들이 왜 다른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색깔이 달랐을 뿐이다. 색깔! 그의 옛 친구인 색깔, 그것이 바로 거기 있었고 그것이 켜져 있었다..... 잠깐! 왼쪽...... 그것은 색깔 이상의 어떤 것, 빛 이상의 어떤 것이 되고 있었다.
그것이 하나의 물체였다.“_p160
위의 본문 글은 시각장애인 작가, 공연예술가, 교육자인 M. 리오나 고댕의 <거기 눈을 심어라>에서 가져온 것이다. 시각이 단순한 눈으로 들어온 피상적인 물체가 전부가 아니라 뇌로 들어간 잔상이 어떻게 해석이 되냐에 따라 형성이 된다는 것은 많이 알고 있는 의학적인 상식이지만, ‘갑자기 앞을 보게 된 눈먼 사람’은 어떠할까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접해보게 되었다.
얼마나 우리는 무지한가! 눈이 보인다는 것을 정상기준으로 세워놓고 거기에 짜맞춰놓은 수많은 편견들과 이기심, 그리고 어리석음을 이 책을 통해 세세히 알게 되었다. 칠흑같다는 어둠도 그들에게는 완전히 닫히지 않는 문처럼 희미한 빛이 떠돌아다니는 상태라는 것, 사회적으로 ‘불구’라고 치부되며 이들에게 요구되는 그저 장애극복기.....
그리고 호메로스가 눈먼 음유시인이였다는 것, 세익스피어의 작품속에서 엿볼 수 있는 눈먼자들에 대한 해석들, 정상적 시각의 편향성과 불완전성, 예술방면에서의 고찰, 의외로 그닥 일반적이지 않은 점자공부와 흰색지팡이의 역사, 저자의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디테일하고 담담한 서술까지....
들어가는 말을 읽으면서 부터 이미 화들짝 내 머리를 깨는 충격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장까지 놀라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은연중에 학습 받아왔던 내용들에 섞여있었던 낡은 관습을 깨는 저자의 글은 읽는 이를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주기에 충분했고, 어느새 정신이 새로운 세계에 도달해 있음을 책을 덮으며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눈이 보인다는 것과 안보인다는 것 사이에 특별한 간극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 정체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책을 만났다. 2023년 독서, 시작이 환상적이다.
_켈러는 당시의 사회 문제에 관해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편집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
..... 켈러가 처음 낸 책이자 가장 유명한 책인 ‘헬렌 켈러 자서전’은 꾸준히 계속 팔리는 반면 ‘내가 사는 세계’는 절판된 지 오래이다. 그러나 이 두 책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켈러가 세계를 의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을 그대로 묘사한 후자일 것이다._p16
_두뇌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흔히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관련해서 로크는 판단과 경험이 중요한 몫을 한다고 말하면서.._p143
_.. 주요 뉴스 매체가 시각장애 관련 문제를 다룰 때 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 작가가 필요한 경험을 하도록 해주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것은 없다!”_p303
_.. 우리는 신의 손길을 받은 사람들이거나 초능력을 부여받은 사람이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로 생각한다. 시각장애인 대다수는 이 모순적인 태도를 거의 매일 경험하는 것 같다._p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