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만의 꿈들 -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양미래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평점 :
1부:
_장소는 그 자체로 대화와 역사와 연구와 사상과 직접행동과 생태학이 수렴하는 곳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장소란 그런 힘이 교차하는 지점이었다._p24
오래전 핵발전소 반대에 대한 극을 올리고 그 지역에서 여름을 보냈던 때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핵의 위해성과 경제학적 논리, 특히 지역민들의 신체에 되물림 되는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들에 대하여 공부하고 놀라고 충격적이여서 지금까지도 그 부정적인 인식은 그대로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렇게 위해성이 증명된 장치가 아직도 그 존속에 대한 갑론을박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억들과 생각들을 떠오르게 한 책이 바로 <야만의 꿈들>중, ‘1부, 먼지 미래를 지우다’ 이다. 외계인 루머가 먼저 떠오르는 미국 네바다주였는데, 저자 리베카 솔닛은 이곳의 핵실험들에 주목했다.
핵실험장 부지는 진짜 광산 마을 있었던 지역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황량하고, 가장 인적이 드물며, 가장 적막한 지역“ 이라고 사막 탐험가 마거릿 롱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유목 생활을 하던 원주민들이 있었고, 광산 가구가 몇몇 있었고, 동식물들이 있는 사막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곳이 어쩌다 지금의 황량한 핵실험장이 되었을까?
바로 여기에서 리베카 솔닛의 행보가 시작된다. 핵의 발명부터 냉전시대, 그 시대적 배경을 비롯해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 현지 상황, 일선에서 반핵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과의 대화들, 몸으로 체감한 시간 등을 아주 자세하고 논리적으로 적어놓은 것이 바로 ‘야만의 꿈들’ 의 1부 이다.
원주민과의 불공정 계약/조약(쇼쇼니족), 무력적 제압, 오랜 법정 싸움, 방사능 폐기물 문제 등 읽을수록 열 받는 내용들을 이렇게나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저자의 필력 덕분이다. 특히 땅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법률, 관련한 그녀의 섬세한 글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_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이를테면 벼룩이 자기가 붙어 있는 개를 소유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땅에 대한 소유권은 사실상 무언가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는 것에 더 가깝다. 즉 한 사람은 무언가를 통해 나오는 이익을 독점적으로 취할 권리를 갖지만, 그 무언가라는 것 자체는 일종의 관념 혹은 지역이지 상품이 아니다. 땅이 팔릴 때 이동하는 것도 사람이지 그 땅 자체가 아니다. 그러니 ‘손 넘김’ 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땅쪼가리라는 개념도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이다. 그 어떤 벽이나 도랑도 지표면의 연속성을 깨뜨릴 수 없으며. 땅은 사실상 작은 조각들로 나뉘지도 않는다._p258
땅, 존재 그 자체에 집중한 이 단락들이 너무 좋았다. 이것만 잘 이해해도 어떤 측면에 집중해서 문제를 받아드려야 할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핵실험장과 폭발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들은 이 책을 읽을 이유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그리고 희망적인 행보와 마음으로 마무리되어 있었다. 이 책을 공감하며 읽는 것만으로도 그 여정에 나도 한 걸음 다가간 느낌이다.
_..... 논리적 사고가 반드시 현실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목적지에 이르게끔 하는 것은 예측이 아닌 여정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군비경쟁이 품은 위대한 비밀의 핵심, 네바다 핵실험장의 메사와 크레이터, 그리고 군비경쟁에 맞서는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을 알아가는 동안 나는 활동가들의 과업과 꿈이 성취되기 직전의 순간을 만났다._p28
2부:
_경제 활동(주로 금 채굴)에 필요한 땅을 개척하고 있던 그들 입장에서 걸림돌이 되는 원주민들은, 말하자면 금이 가득 찬 화석 강바닥에서 흙을 들어내듯 더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치워버려야 하는 존재였다._p297
_외부로부터 주어진 이름 ‘테나야’는 그렇게 호수도 인간도 아닌, 요세미티 방문객들이 거의 완전히 망각해버린 불편한 사건과 연관되어 있었다. 버넬은 새로운 이름이 인간에게 일종의 불멸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족장 테니야에게 당당히 말하지만, 버넬이 실제로 하고 있는 행동은 해당 장소에서 테나야가 속한 문화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_p298
원주민에게 불리워지고 있었던 지명을 지우고 다른 이름으로 명명하고 살던 이들을 완전히 치워버리는 침략자들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와닿게 할 수 있을까?
많은 영화에서 침탈자들이 원주민들의 집을 불태우고 파괴하는 장면들을 봤었지만, 위의 문단처럼 섬뜩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 이였던 것 같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대한, 이런 숨겨진 역사를 도서 <야만의 꿈들>의 두 번째 챕터에서, 리베카 솔닛이 다뤄주고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챕터처럼 바로 이슈안으로 들어가지지는 않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잘 정돈된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광의 묘사들, 관광의 역사와 그 속의 관광객들에 대한 묘사에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어서, 이 안에 숨겨있는 전쟁의 역사를 들춰내는데 저자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지역에 대한 도서들을 읽어내고 분석하고 장소들에 대한 이해를 더해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과 각성이 계속되는데, 아마도 저자가 원하는 바도 이런 것이 아니였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은 아래의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다.
_어떤 장소를 알아간다는 것은 친구나 연인을 알아가듯 그 장소와 친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장소를 더 잘 알아간다는 것은 그 장소가 다시 낯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낯설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방식으로 참신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사르가들지 않는 심오하고도 심란한 방식으로 낯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항상 알려져 있었어야 할 사실, 그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사람들을 드러냄으로써 동요를 불러일으킨다고 할까._p447
특히 새비지 라는 인물들을 통해 행해진 이기적인 지배는 그 장소에 대하여 더 이상 마냥 아름답게 볼 수 없게 쐐기를 박는 기분이였다. 결국 이어지는 지금의 핵문제, 사회정의 문제 등등.......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기는 너무 힘들었던 ‘야만의 꿈들’이었다. 그냥 모르고 살고 싶다는 유혹에 자주 빠지지만, 알아야한다는 동시대의 책무로 느껴지는 내용들이였기 때문이다. 오래전 부조리에 반항했던 나를 다시 불러오기에 충분했었고, 저자와 같이 숨쉬고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으로 느껴졌다.
아픈 역사의 장소는 부지런히 밀어버리기 바쁜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무척 유감인 것을 한번더 되새기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잊지않음이 최선은 아니겠으나 무엇이든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단단한 필체로 다룬 자세한 내용에 정말 납득이 되는 독서였다.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_빌 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모두을 환영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브리쉘을 발견했는지를 비롯해 원자력을 폐기하고 태양열 발전을 촉구하는 것과 달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 사회정의, 집을 잃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짧은 독백을 마무리했다.
“저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이 세상을 떠날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하나가 되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예요. 그들에게 조약을 지키라고 말해주세요. 모두 고맙습니다.”_p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