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평점 :
_<야생 붓꽃>은 글릭의 시적 실험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시집이다. 시집은 꽃과 정원사-시인의 기도와 신이 함께 거주하는 정원의 세계다. 아침저녁으로 나가서 꽃을 살피고 꽃과 대화하고 날씨를 보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곳이지만 그 정원은 이상하게도 꿀벌이 없는 정원이다._[‘옮긴이의 말’에서]
_‘광대수염꽃’에서
... 태양은 나를 건드리지 않아요.
때로 나는 이른 봄에 아주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을 봅니다.
이파리들 그 위로 자라나 태양을 완벽히 가리고. 태양이
이파리 사이로 반짝이는 것 느껴요 이따금씩,
누군가 숟가락으로 유리 옆면을 치는 것 같아. ...._
1992년 출판된 루이즈 글릭의 여섯 번째 시집이 <야생 붓꽃> 이라 한다. 이 책으로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 협회상을 받은 대표작이다. 노벨 문학상 받고 더 화제가 된 시집이다.
이 시집속의 주인공들은, 인간이 되었다가, 꽃 하나하나가 되었다가, 풀이 되고 하늘이 되어 계절로 변하고 자연이 된다. 인간인 내 눈과 감정으로 마주한 이들은 작가의 글로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아련한 그리움과 불편함이 공존한다. 신형청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인간이 들어야만 하는 말들로 가득하다.
담고 있는 삶이 아름답고 치열하다.
개인적으로는 본 시들도 시들이지만 같이 온 해설서가 인상 깊었다. 보통 시를 읽을 때면 경계하고 싶은 것이 틀에 박힌 해설인데, 이번만큼은 예외가 될 것 같다. 깊이 있는 여운에 해설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_‘꽃양귀비’ 에서
... 위대한 것은
생각이 있는 게
아니랍니다. 느낌들:
아, 제게는 느낌이 있어요, 그
느낌들이 저를 다스리지요. 제게는
태양이라 불리는 하늘나라
영주가 계셔서, 그분께
나를 열어서, 제 가슴의
불을 보여 주지요, 그가 제 가슴에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불을.
..._
시를 리뷰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여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너무 난해하지 않아서 내 것만 같았고, 말하는 이의 감정이 스며들어서 여운이 길다. 소중함에 가슴이 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