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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_린샹푸는 그들이 원청이라는 아주 먼 남쪽 도시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양쯔강을 건넌 뒤에도 600여 리를 더 가야하는 그곳은 강남 물의 고장이라고 했다._p23
혼인할 기회를 놓치고 혼자 살고 있었던 린샹푸는 어느 날, 남매라고 주장하는 낯선 손님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들은 경성으로 가는 북쪽 길을 가는 중이라고 했다. 아프다는 핑계로 여동생 샤오메이를 남겨두고 오빠는 가던 길을 가버렸다. 어머니의 베틀을 만지는 그녀와 부부연을 맺게 되고 집안의 비밀까지 다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비밀을 함께한 그때, 샤오메이는 떠났다.....
한참 후, 자책하고 있었던 린샹푸에게 돌아온 샤오메이는 딸을 낳고는 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그녀를 찾아나서는 린샹푸...... 원청으로 떠났으나 우여곡절 끝에 어느덧 시진에 다다랐다.
여기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 이후 이어지는 긴 여정과 그의 딸 린바이자의 이어지는 삶... 약간은 기괴하게 다가왔던 토비떼, 전쟁, 샤오메이의 비밀까지.. 등.. 개인의 인생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여정에서 확대되는 서사에 어느새 푹 빠져들게하고 있었다. 위화 작가의 소설은 정말 강한 힘이 있다. 그의 스토리는 먼 타국의 어느 시대 필부라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를 투영되게 만든다.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을 때의 충격이 고스란히 원청에도 이어져 왔는데, 좀 더 따뜻하고 깊은 느낌이였다.
각 인물, 모두에게 감정이입과 공감이 가능한 것도 작가의 문필력 덕분일 것이다. 소설리뷰가 가장 어려운 이유는 그 여운과 감동을 다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인데, 이 작품도 그러하다... 담담하게 서술체로 써내려간 글에 이렇게 집중해서 같이 울고 웃으며 금새 완독하게 하는 마술을 위화 작가는 또 만들어냈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운에 한참을 앓을 것 같다.
위화 작가의 에세이, 소설 모두 고루 읽어보기도 같이 권하고 싶다.
_.. 매파가 두 손으로 허벅지를 치면서 소리쳤다. “세상에 이렇게 기이한 일이 있을 수가. 속담에 찢어진 부채도 부치면 바람이 일고 망가진 가마라도 타면 당당해진다고 했어요. 당당함은 일단 제쳐놓고 가마를 태워 오지 않았으면 여자 발은 도련님 게 아니라 여자 것이지요. 언제든 갈수 있다고요. 샤오메이는 틀림없이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_p62
_링샹푸는 시진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딸에게는 엄마가 필요했다. 그에게도 샤오메이가 필요했다. 그는 아창이 말한 원청이 시진이라고 믿었다. 지금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시진으로 돌아올 테니, 샤오메이가 나타날 때까지 언제까지고 시진에서 기다리리라 작정했다._p108
_피난의 공포가 시진을 가득 메우고 점점 더 많은 피난민이 북문으로 들어오자 피난민을 따라 남문으로 나가는 시진 주민도 점점 더 많아졌다._p183
_총알이 줄줄이 날아와 몸을 관통하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귀가 떨어지고 이어서 그의 몸도 쓰러졌다._p294
_구들 앞에서 샤오메이는 잠든 린샹푸를 달빛에 의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쉬움과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이제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이 남자를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_p503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서 작성된 솔직한 도서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