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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방 - 내가 사랑하는 그 색의 비밀 ㅣ 컬러 시리즈
폴 심프슨 지음, 박설영 옮김 / 윌북 / 2022년 10월
평점 :
_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교향곡 <임재하신 하나님을 위한 세 개의 작은 전례>를 짓고서 이렇게 썼다.
“이 음악은 무엇보다 색채의 음악이다.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음계는 조화로운 색이다. 그 병렬과 중첩은 파랑, 빨강, 빨강 줄무늬가 난 파랑, 주황색 점이 찍힌 연보라와 회색, 녹색이 첨가되고 금색이 둘러진 파랑, 보라, 푸른빛의 청자, 청자색을 띤다. 또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자수정 같은 값진 보석의 번쩍임을 선사하노니, 이 모든 것들이 우아하게 드리우고, 물결치고, 소용돌이치고, 휘감아 치고, 교차하도다.
각각의 움직임마다 한 ‘종류’의 신성한 존재가 깃들어 있으니....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이 생각들은 어떤 것으로도 표현되지 않고, 그저 황홀한 색채로 남아 있도다.“_p20
교향곡을 색으로 표현한 이 문단을 읽으며 문득 - 연관은 없지만 - 한 드라마가 생각났다. 언젠가 보았던 웹툰 원작 드라마인데 거기 주인공은 냄새를 색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어서 방정식을 색깔로 볼 수 있었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먼이 나온다. 이런 경우를 공감각 능력자라고 한다고 한다. 공감각이란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촉발하는 인지 상태를 뜻한다.
이런 무게감 있는 내용으로 서문을 열고 있었던 <컬러의 방>, 저자 폴 심프슨은 ‘챔피언스’ 편집자로 일하던 중, 노란 수트를 입고 출근한 날 상사에게서 사무실에서는 그런 옷을 입으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색과 문화의 관계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우연한 집필의 계기에 비해, 예술, 문화, 역사, 과학적인 측면까지 색채에 대하여 고루 다뤄주고 있어서 전문서를 읽고 있는 듯 했었다.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보라, 초록, 분홍, 갈색, 검정, 회색, 하양, 이렇게 열 한 개의 컬러의 방 비밀에 흥미롭게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전 후에 바라보는 컬러의 세계는 확실히 달라보일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전문가도 교과서처럼 펼쳐본다는 윌북출판사의 컬러 시리즈. 시리즈의 나머지 책들도 많이 궁금해졌다.
주요색들이 담고 있는 예술학적, 인문학적 공부(?)를 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심지어 재미도 있다.
_빨간 립스틱은 여전히 이 코치닐로 만든다. 코치닐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북아메리카 남쪽 지역의 프리클리페어선인장에 기생하는 작은 벌레세서 얻는다.
..... 사포텍어로 빨간색을 뜻하는 단어는 ‘색깔’이라는 단어와 동일한데, 이는 빨간색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준다._p71
_14세기에 쓰인 작품 [가윈 경과 녹색기사]의 중심인물인 녹색기사는 이 작품을 현대 영어로 번역한 존 로날드 로웰 톨킨이 ‘해석하기 가장 난해한 캐릭터’라고 설명할 정도로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피부와 옷이 녹색인 것으로 보아 분명 그린맨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또한 악마, 예수, 심지어 예언자, 선지자, 메마른 땅을 마법처럼 비옥하게 만들 수 있는 마법사 알 히드르(‘그린맨’이라는 뜻)와도 관련이 있다._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