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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서양의학에서는, 오랫동안 정신증(?)과 육체증상을 따로 분리해서 다루고 가르쳐왔었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되고 발견이 거듭됨에 따라서, 그 두가지는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심지어는 심인성 문제가 육체를 지배하는 경우들도 많음을 알아가고 있다.
이런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는 선두에는 단연코 올리버 색스가 있을 것이고, 여기 올리버 색스의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는 수잰 오설리번이 있다.
그녀의 다양한 경험을 담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소녀들>이 나왔다.
제목처럼 소녀들의 질병, 증상들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환경과 그녀들을 둘러싼 문화환경, 경과 등에 대하여 다양하게 다루고 있었다. 실전 경험 위주였기 때문에 관련 깊은 지식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다.
구성은 아래와 같다.
잠자는 숲속의 소녀들(스웨덴 난민 아이들에게 나타난 체념증후군)
정신이상
잃어버린 낙원 (사랑하는 ‘나의 도시’ 크라스노고르스트의 수면명)
얼룩말이 아닌, 그냥 말(미국 외교관들의 아바다 증후군과 비밀 무기)
마음의 문제/ 신뢰의 문제
르르이의 마녀들 ( 미국과 가이아나 여학생들의 집단사회원성 질환)
정상적인 행동
처음부터 읽어도 좋으나 만약 끌리는 제목이 있다며 그 챕터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가 스웨덴, 쿠바,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등, 심인성 문제가 보고된 공동체들을 찾아다니며 파악한 것들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 1년 넘게 무반응 상태로 누워있는 소녀, 환각을 보고 집단 발작을 일으키는 소녀들, 심리적 원인으로 마비를 호소하는 경우 등,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잘 알 수 있었던 내용들이였다. ‘화병’까지 등장한다.
오랜만에 초집중하게 되었던 신경과학도서였고, 정신의학도서이기도 하다.
하나하나는 흥미로운 사례들로 단순히 읽을 수도 있겠으나, 심리적인 면에 영향을 미치는 편견과 속단, 트라우마, 문화적인 환경, 등에 집중해볼 필요는 있다. 그 중에는 인위적인 요소들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과 경험, 사회적 교류에 대한 많은 질문을 하게하였고 그 균형감각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해 준 도서이다. 많은 이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도서다.
_신경과 전문의인 나는 정신이 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의사들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나는 어떤 병 때문이라기보다 심리적인 기제로 인해 의식을 잃는 모습을 꾸준히 본다. 그리고 이런 일을 아주 드물거나 독특한 현상으로 여기지 않는다._p12
_인간의 행동 패턴은 자신에게 가능한 길을 따르게 되어 있다. 모스키토 해안의 마을 뒤편에 사는 사람들은 앞에서 설명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었고, 이민 간 다른 가족들의 삶보다 훨씬 궁핍한 환경 속에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미스키토인 마을 대부분에는 현대식 의료 서비스가 없거나 있다해도 규모가 작고 제한적이다.
반면 교회와 목사, 주술사는 늘 그들 곁에 있다. 도움을 구하는 사람은 어떤 도움이 자기 주위에 있는지 참고할 수 밖에 없다._p101
_더 넓은 세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엘카르멘 사람들이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지 그냥 액면 그대로 결정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콜롬비아의 역사가 이들에게 국내의 권위자들을 의심하도록 했고, 나라의 파란만장했던 과거는 외부에서 온 방문객이 거의 없었음을 의미했다._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