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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 - 스티븐 허프의 음악에 관한 짧은 생각들
스티븐 허프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암사 / 2022년 9월
평점 :
_훌륭한 건물이 눈을 사로잡는다면 훌륭한 콘서트홀은 귀까지 사로잡아야 한다. 음악을 듣는 공간으로서만이 아니다. 콘서트홀은 악기가 되도록 만들어졌다. 벽과 천장, 바닥이 진동을 붙잡고 뒤섞고 투사해서 공기를 통해 귀로 흘러들게 한다.
좋은 음향은 무대 위에서 만들어내는 음악을 더 잘 들리게 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자체로 창조적 과정의 일부가 된다._p12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스티븐 허프는 60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 세계를 누비며 연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피아노를 가르치고 강의를 하고 책도 써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임윤찬이 우승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필수곡인 ‘팡파레 토카타’를 작곡한 이라고 하니, 동시대에 살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들 중 한 사람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이 아니였으면 몰랐을 인물이라서 그의 빼곡한 이력에 눈이 동그래졌다.
스티븐 허프 덕분에 만나는 음악의 세계, 부제 ‘스티븐 허프의 음악에 관한 짧은 생각들’처럼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게이 피아니스트를 알아볼 수 있을까부터 연주회장추태, 연주회의 뒷모습과 당일루틴, 등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내용들, 무대공포, 암보연주, 실수, 박수치는 타이밍, 스탠리 큐브릭과 녹음, 연습 비법들까지 평소에 접하지 못했었던 음악관련 내용들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몰랐던 점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컸다.
중후반부터는 구체적인 클래식 곡들과 음악가들, 그리고 시, 소설, 스포츠, 종교 등과 같은 분야들에 음악을 비추어 말을 건네고 있어서 이들이 결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편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꽤 깊이있는 내용들이였고, 챕터에 따라 진도가 왔다갔다 했었다. 다 읽었지만 더 되풀이해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옆에 두고 손닿을 때마다 펼쳐서 계속 볼 예정이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예술관련 도서이고, 옆에 두고 계속 볼 만 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싶다.
_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의 희미한 마지막 몇 마디가 건반 아래로 저 멀리 춤추듯 내려갈 때, 나는 동굴 같은 침묵 속으로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는 마지막 저음을 연주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목례로 관객에게 인사를 전한 뒤 무대에서 걸어 나왔다.
그 마지막 소리는 라벤더 향기가 풍기던 따뜻한 밤바람 속의 울림으로 남아 있다._p137
_'호기심은 허영일 뿐이다. 대개 사람들이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항해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블레즈 파스칼, <팡세> 152번
이 격언의 목적은 겸손을 향하는 금욕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이겠지만, 여기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다._p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