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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_내일이었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게 되는 날이._p66
_무조건 우주로 간다는 확신에 찬 말과는 달리 형섭은 겉으로 드러내 놓고 움직이지는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서 형섭을 주시했으나, 시험 공지가 내려온 후에도 형섭은 크게 달라진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형섭은 주머니가 없는 옷에 구멍 두 개를 뚫어놓고는 엄지손가락을 넣을 채로 돌아다녔다._p97
우주의 끝을 감싸고 있는 이상한 ‘막’을 탐사하러 가는 우주선, ‘무궁화호’ 에 지원한 주인공. 주인공은 어떻게든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지원을 했다. 지원후의 과정은 살벌함 그 자체였는데....
그리고 무궁화호... ‘지구에서 출항한 지 약 270여 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은 ’막‘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출항한 지 50년째에 엔진 하나가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날아갔고, 본래 속도의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우주선에 노화가 찾아왔고, 언제 다른 엔진이 꺼질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주 천천히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_p171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인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해도해도 이런 디스토피아가 없었다. 무슨 삼청교육대 같았던 살벌한 합숙생활... 살인..... 어렵게 탄 무궁화호는 좁아터진 곳이었다. 이 안에서도 계급이 나뉘고 쓸모없으면 죽이고, 삶을 살아간다....
도대체 그 막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잔인한데 문체는 깔끔하고 비참한데 처참하지는 않은 독특한 글쓰기를 경험했다. 강제적인 순환이 엄격한 통제에 의해 이루어지는 듯한 무궁화호의 여행은, 이미 그 막이라는 것은 잊은 듯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존재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디스토피아로 읽고, 유토피아를 꿈꾸고 싶어지는 소설이였다.
_“자네도 다른 사람처럼 막에 가기 위해 사나?”
내가 대답하지 않자, 노인은 내 무심한 반응을 보고는 경고하듯이 혀를 내밀었다.
“조심하게. 막 너머에는 뭐가 있을지 몰라. 어쩌면 무한히 증식하는 빵이 있을지도 모르지.”
노인이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단히 머리가 돌아버린 모양이었다._-187
_"그래서 뭘 얻는데?“
“없어. 그냥 지루해서 하는 거지. 막까지는 죽을 때까지 도착 못 하는 것도 한몫하고. 그리고 그들은 균형을 신경 쓰지 않아. 자기들이 더 살면, 누군가가 죽으면 되니까. 어디가 죽는지는 뻔하지. 자, 이야기가 엇나갔네. 두 번째로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어.”_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