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_저는 계속 재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째선지 눈을 뗄 수 없었거든요. 이상하게도..... 재이의 발목이 계속 흐릿해 보였습니다._p14
_손부터 시작해서 팔뚝을, 목덜미를, 가슴과 다리를, 머리만 남기고 샅샅이 자신을 먹어치우는 아이를 상상했다. 등에 한기가 돌았으나, 퍽 나쁜 상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입만 뻐끔대는 아기 새처럼 옥주가 주는 걸 받아먹었다._p39
_나는 다만, 누구보다 나를 상처 입힌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당신이 잘못되었다는 걸, 나에게 잘목을 저질렀다는 걸 인정하게 하고 싶었다. 그게 설령 스스로를 망치는 방법일지라도 말이다._p140
“아악!”...... <트로피컬 나이트> 를 읽다가 제일 먼저 나온 소리, 내 비명소리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무서운 이야기를 쓰윽 집어넣어놓았다니..... 흑 무서웠다.... 내 옆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이상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저자는 아무렇지 않게 툭 던져놓았다.
마치 소녀의 얼굴을 하고 손에는 해골을 든 느낌이랄까?!....
중후반을 읽다보면 곰인형이 나오고 종교가 나오고.... 한여름에 어울리는 각종 괴담들이 조근조근하게 느껴지는, 작가의 필체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두 다 똑같이 공포스러운 것은 아니였다. 무서운 가운데서도 참 따뜻했었던 한 편, ‘유니버셜 캣솝의 비밀’. 같이 살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하여, 얘네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부터 시작해서 우리 죽어서도 만나자, 기다려줄꺼지? 에 이르는 궁금증을 참 다정하게 담아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편이 제일 좋았다. ㅎㅎㅎ
_카운터 안쪽은 바닥이 뻥 뚫려 있었다. 깊숙한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고, 다른 통로와 이어져 있는 듯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고양이들이 어디로 가는 건지 알아야 했다._244
이제 여름도 다 가고, 쌀쌀한 밤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 더위 끝자락에서 확실하게 즐겨 읽을 수 있는 참 독특한 소설들이였다.
이 책도 저자가 더 궁금해진다.
_내 모습은 거울에 비춰지지 않아서, 나는 나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나를 표현한 인간들의 작품을 참고하여 아주 훙측한 생김새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무수한 상상력 중에슨 뒷걸음치다가 때려 맞히는 경우가 꽤 많으니까._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