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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_자신이 탐하고, 자신을 방해하고, 자신이 되고 싶은 어떤 것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그림은 어떤 것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그림은 어떤 수식어도, 관계도 , 평판도 걸치지 않고 나라는 존재로 걸어간 흔적처럼 보인다.
그의 나신은, 여름의 피부는 그렇게 세계와의 간격을 좁힌다._p81
얼마 전부터 무척이나 땡겼던 파랑색, 잠이 부족했던게 주 원인이였고, 그래서 민트색 귀여운 바다를 그렸었다. 그래도 부족했었는지 지금까지도 파랑만 눈에 자꾸 들어온다.
여기 나 같은 마음도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책을 읽었다. 바로 <여름의 피부>이다. 여러 화가들의 푸른 그림을 통한 사유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년, 여름, 우울, 고독, 푸른색이라하면 떠올려지는 4파트로 나눠서 그림 작품들과 작가들을 담아놓았다.
어떻게 읽으면 도슨트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림과 화가들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듯해서 보람 있었고, 다른 관점에서 읽으면 내 안을 달래주는 글들과 그림들로 편안하게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루시안 프로이드의 <잠든 애너벨> 그림이 계속 아른거리는데, 푸른 가운을 입은 애너밸이 옆으로 누워있고 그 뒷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몇 문장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_이불처럼 덮인 푸른 가운과 삐져나온 감정처럼 조심스럽게 놓인 발, 무엇이 덮여 있고 무엇이 드러나는지 바라본다. 어느 순간, 나의 시선은 루시안과 겹친다. 그가 지금까지 캔버스 앞에서 자신을 지우고 인물에만 집중해 왔다면, 이 그림에서는 화가로서 지켜온 거리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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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이다. 딸을 바라고는 아버지다._p50
이 문단을 읽고 난 전과 후의 내 시선은 많이 달라졌는데, 이것의 실체를 확실히 끄집어내지는 못하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책에 나온 많은 푸른빛 중 제일 잔상이 오래 남아있다는 거다. 보고또보다보면 언젠가는 잡을 수 있겠지..... (또 이런 것이 그림을 보는 맛인 듯하다)
그리고 색감이 인상 깊었던 파울라 모더존베커 작품이 나온 고독 챕터 중 ‘들어 올림’에 관한 비밀의 내용. 유독 꽃을 좋아했다는 이 작가는 딸을 낳은 지 18일 만에,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색전증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마치 꽃처럼 살다간 그녀의 작품들 속에는 꽃들이 꼭 등장하는데 인물들의 표정이 재미있고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손에 담고 있는 이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통해 들어 올리는 행위와 연결 짓고 있었다.
색으로 읽는 글과 그림들, 작가들의 세계는 재미있게 집중하고, 감성에 젖어들게 하기에 충분해서 참 행복한 시간이였다. 추천하고픈 에세이이자 아트북이다.
_파울라의 인물들은 자신과 대상이 조용하고 명확하게 ‘여기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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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어 올림’의 제스처는 나중에 올 여자들을 위해 파울라가 그림 속에 숨겨둔 쪽지가 아니였을까? 나는 거기 적힌 비밀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_p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