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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평점 :
_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찾는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걸었다면 나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산티아고를 걷고 나면 세상에 무서운 게 없다고, 나약하기만 했던 자신을 이겨 자랑스럽다고, 그 길에서 다시 살아갈 무한한 힘을 얻었다고 말하는 선배 순례자들의 말을 믿어보고 싶었다. 그가, 그녀가, 당신이 해냈다면 내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평생 살면서 걸었던 길보다 더 멀고 험한 길을 엄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낼 수 있다면, 나는 보란 듯 뻐길 수 있을 것 같았다._[‘프롤로그’에서]
팬데믹을 지나오며, 내 안의 성찰이 더 강조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보면 이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참 다양한데, 여기 암수술을 받고 이혼을 하고 사업 실패까지 겪은 시점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한 이가 있었다.
그 여정과 길 위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지금 여기, 산티아고>로 만났다.
같은 여행길이라도, 화자의 성격과 관점, 감성에 따라 참 다르게 쓰여지고 읽히는데, 이 책은 꼼꼼하고 섬세하게 산티아고와 사람들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기를 넘어 잔잔한 사색에 젖어들 수 있는 책이였는데, 어디에나 인연이 닿아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마무리에 붙어있는 ‘카미노 친구들로부터 온 편지’ 챕터를 통해서 그 인연들의 깊이를 더 잘 알 수 있었다.
이젠 자신 없어진 ‘산티아고 순례길’, 만약 내가 간다면 어떤 자세로 걷게 될까?
굳이 심각한 계기가 없어도 될 것이다. 굳이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지나오기 전과 후가 달라져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 충분할 것이다... 이쯤에서 나도 계획을 한 번 세워 봐도 되지 않을까?
_크리스티나는 퀀텀터치 테라피스트라고 했다. 일종의 기 치료사였다. 단지 상처 부위를 손으로 감싸 안고 있었을 뿐인데, 놀랍게도 치료효과를 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치료의 결과보다 그녀가 사람을 대하고, 상처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깊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마음을 다해 상처를 보살폈다._p77
_여기네 뎅그랑 뎅그랑 종이 울리면 마을의 모든 소음이 종소리에 묻혔다. 마을의 풍경을 완성하는 건 첨탑과 종이 달린 성당이었다._p99
_나의 어제는 지나가버려서 없고, 내일은 오지 않아서 없다.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만 있을 뿐이다. 나를 힘들게 했던 일이든 기쁘게 했던 일이든, 지나간 것들은 모두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_p137
_그녀가 찾고 있던 하트는 바로 그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녀는 장미꽃처럼 자신만의 향기를 나누어줄 줄 아는 여자였다._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