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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_술을 입안에 몇 초간 머금은 채 돌려 보고 씹어 보세요.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입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맛이 아주 강하게 느껴지다가 참을 만해지고, 참을 만한 정도에서 흥미로움으로, 흥미로움에서 어떤 이야기로 바뀌어 갈 겁니다.
그리고 이 술은 정신을 딴 데 팔고 싶을 때가 아니라 정신을 안정시키고 싶을 때 쓰세요._p25
_어른이 된 이후로 벤은 인생 대부분을 사실과 숫자들, 이론과 과학적 발견들을 모아들이며 보냈다. 그는 중력과도 같은 욕구로 그런 것들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머릿속을 역사적 순간과 양자 이론, 인류학적 연구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수학 정리로 채웠다. 비밀이지만, 그는 자료를 충분히 모으면 그라는 존재의 기본적인 윤곽선이 드러날 것이고 자신의 인생이라는 익살극 이면에 있는 무언가를 이해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_p85
'소설과 위스키로 빚은 미스터리 판타지‘ 라는 부제로, 이 책을 기존의 판타지 소설들과 비슷할 거라고 상상한다면, 단단히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시작해서 책이 벤에게 말을 거는 순간까지는 심리소설 같은 내용이였다. 책이 말을 건 후에도 이 책의 독백은 매우 철학적 이여서 마치 주인공이 아니라 읽는 이와 얘기하고 싶어하는 듯 하였다.
그래서 벤은 읽는 이들의 대리인처럼 느껴졌는데, 뭔가 힘이 있는 것 같은 위스키라는 아이템도 합세를 해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게 된다. 마치 단계별로 게임을 하듯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면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주인공이 되어 미스터리를 풀게 된다. 쓰여진 언어들은 사유적이였으나, 흐르는 방향은 단순한 편이였다.
또한 타인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신박한 방법에서 시작하는 마법 같은 모티브가 깔려있는 내용은 경험과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을 다루고 있었다.
막바지까지 뭔가 정돈이 안되는 듯 했지만, 결론은 통찰적이고 명쾌했다. 처음 생각했었던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평 중에 있었던 ‘책이 나를 읽는지 헷갈리는 경험’ 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던 희한한 경험을 한 느낌이다. 참 독특한 소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완독한 후에 기억에 남는 아래 p97의 한 문단, 이것 하나만 제대로 얻어가도 이 소설 읽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_이상한 일이지만, 오직 우리가 인식하는 자신과 달라질 기회를 스스로에게 허락할 때, 우리가 정말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히 믿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 정체성 내면의 한 부분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당신은 어쨌거나 변화를 무척 바라고 있지요._p97
본문 중:
_“.. 너를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네가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 너는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네게는 사랑할 능력이 있다는 것.”
그래, 맞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알고 보니 그를 원하는 한 여자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이었다._p238
_내가 당신을 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해야 할까요? 뭐라고 말해야 이 글이 당신을 위해 쓰였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하라면 할 수 있거든요._p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