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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_카생이 생각했던 카르나크의 역사처럼, 기억이란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에 맞서는 우리의 저항이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인간은 기계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드드라이버와 서버는 기록하고 저장하지만, 기억하지는 않는다._p197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는 바로 이 기억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 닐 올리버는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역사가로, BBC 텔레비전 역사 교양프로그램의 각본을 쓰고 진행을 맡아온 유명 방송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인 내용들이 이해하기 쉬웠고 감성적이였다.
구성형식은 36가지 유물과 유적을 12파트로 나누어서 풀어놓았다.
몰랐던 유적과 유물 스토리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시간의 동시성을 강조하며, 삭막한 도시 환경과 지구환경파괴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의 나아갈 길과 인간성의 근원지를 역사 속에서 찾으면서,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통찰력 있는 생각을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을 빛나게 만드는 요소였다.
돌 하나가 어떻게 유적이 되어 역사로 남는지, 길 하나를 찾아가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다는 내용, 드넓은 세상으로의 계속되는 인류의 탐험사,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또다른 인류들... 그리고 우리 DNA에 새겨져 있을 조상의 흔적들.. 그리고 각 유적지나 유물들이 가지고 있는 기원과 관련 연구자료나 스토리들, 지금 시대에 맞춰서 해석하는 글들 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_마오리족에게는 위대한 여행의 기억들이 오랫동안 전승되어왔다._p241
부제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이 무슨 뜻인지를 독서중에 발견할 수 있었고, 다 읽고 나니 한 권의 따뜻한 에세이를 만난 느낌이였다. 기억하기와 둘러보기를 멈춘 인류에게 현재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_역사라고 할 만한 모든 일은 누군가 이 바위에 컵과 반지를 새긴 후에 일어났다. 우리는 사라지겠지만 바위들은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을 것이다._p75
_컵과 반지가 영영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남은 오솔길이 평평해지기 전에, 우리는 잊어버린 노래를 대체할 새로운 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경관이 지닌 진정한 의미로 돌아가자. 특별하고 성스러운 장소로 향했던 조상들의 순례길을 되찾자. 번화한 도시에서 지치고 좌초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땅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 잃어버린 연결 고리를 찾는다면, 거기서 영혼을 치유할 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에서 고대의 돌을 지날 때, 어쩌면 우리는 그 그림들의 의미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_p83
_이미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의 모든 존재와 사물 들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을 거라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다. 얼마나 많은 것이 이미 잊히고 영원히 사라졌을지 생각해보라. 잠시 다른 곳을 보는 사이 그들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_p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