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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한 마리는 기쁨 -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찰리 길모어 지음, 고정아 옮김 / 에포크 / 2022년 6월
평점 :
_물론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놓아주는 것과 반대 방향의 행동이다. 이름을 짓는 것은 소유권을 설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벤젠이라는 이름은 휘발성을 암시하기 때문에 달아난다는 개념을 담은 것 같다. 벤젠, 자연물인 동시에 인공물. 반짝반짝 아른거리며 공중으로 휘발하는 물질. 새는 제 이름을 찾았다._p75
어느 날, 여자 친구가 구조해 온 어린 까치 한 마리와의 인연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아주 긴 호흡으로 엮어서 ‘까치 한 마리는 기쁨’ 이라는 책이 나왔다.
영국에는 ‘까치 한 마리는 슬픔’이라는 전래 동요가 있다고 한다. 까치와 마주치면 불운을 가져오지 않도록 새를 향해 공손하게 절을 한 기억밖에 없다는 저자에게, 까치가 기쁨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불행한 가족사와 개인사와 감정들이 섞여서 저자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살짝 무거운 감이 있었는데, 사랑스러운 까치 벤젠으로 한 줄기 편함을 담고 있는 책이였다.
이 녀석의 생태를 인간의 시점에서 살피고 보살피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동물과의 교류는 어떤 식이든 감동적이다. 그들은 우리 인간들은 성장시키고 한없는 애정을 마구 주기도 한다. 저자도 어느 날 삶으로 들어온 까치 한 마리 덕분에 깨달음을 거듭하고, 성장하며, 그 녀석 입장에서 많은 사유를 하게 된다.
찰리 길모어는, 익숙한 그룹 핑크플로이드 기타리스트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자로서의 그는 참 매력적이였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동물과의 뜻 깊은 교류를 차분하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자연 에세이였다.
_물론 나도 녀석이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내 마음이 그 일을 원하는지 어쩐지 알 수 없다. 애착이 형성된 것이다. 녀석은 녀석 자체로도 매혹적이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거기 더해서 히스코트, 갈까마귀, 그의 말 없는 실종, 냉혹한 무신경의 세월과 얽혀버렸다. 내 마음 한구석은 까치가 그 답을 알지만 아직 말해주기 않았다고 생각한다._p66
_.. 녀석의 높고 밝은 억양은 그 말에 발랄한 느낌을 준다. “컴온!” 새가 말하며 책상 위에서 춤을 춘다. “컴온!” 그리고 격려의 말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부른다._p170
_겨울 한철 동안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있었다. 그 변화로 인해 나는 벤젠이 나누어주는 격려의 말들에 감사하게 되었다._p175
_“새하고 아기는 어떻게 같이 지낼 거니?” 할머니가 묻는다.
벤젠은 이 질문을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타이밍이 완벽하다. 야나와 내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의 머리에 뛰어올라서 부리를 벌리고 완전한 인간의 웃음소리를 낸다. 우리는 깜짝 놀란다. 새는 두 번을 더 웃더니 부리를 닫는다. 우리가 아무리 부추겨도 다시는 웃지 않는다._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