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평점 :
_나는 잠시 고민하며 머뭇거린다. 저 여자를 봐. 완벽하잖아. 옆에서 비교당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 거절해서 뭘 어쩔 건데? 여기 문 앞에 앉아서 쳐다보기나 하게?
그건 더 뻘쭘할 거야._
훌쩍 발리로 떠난 나탈리.... 거기에서도 그녀의 시선은 몸에서 멈춘다.
누가 구체적으로 그런 것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작동하는 것이다.
나탈리는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멀리 와서 여기저기로 돌아다니지만, 자신의 육중한 몸이 부끄럽다. 하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되풀이 되는 폭식은 후회와 자기혐오로 되풀이 된다.
낯선 장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처음에는 잘 어울리는 듯하다가 종국에는 거부를 거듭한다. 환경과 사람들이 달라져도 그런 과정을 되풀이 하는 나탈리를 보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아마도 자신감, 자존감 부족이 그 이유일 텐데, 거기에는 어려서부터 습득된 ‘여자의 이상적인 모습’ 과의 괴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녀는 물론,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모두 어딘가 있을법한 캐릭터들이였다. 모두 뭔가에 중독되어 있고, 거기에 각자의 젊음을 쏟아붓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어쩌면 친구들이 들어있기도 하였다.
물론 문화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소설은 나탈리의 성장이 핵심이다.
그녀를 쫓아가다보면 어느 틈엔가 그녀의 행동이 변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신체에 대한 긍정은 ‘진정한 자유의 시작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참 매력적인 나이든 여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_“늙는 게 무섭지 않으세요?“ 내가 손끝으로 대리석을 두드리며 묻느다. 뜨거운 커피 추출액이 커피잔에 또르르 떨어진다.
“전혀. 기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 그렇지만 젊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
“.... 나탈리, 늙는다는 건 특권이란다.”_
_노곤하게 흔들리는 야자나무 잎사귀, 첨벙이는 물, 나, 그리고 내 몸뿐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_
_우정이 종말을 고했다. 총은 발사되었고, 고래는 썩어가고, 엔진에는 불이 붙었다. 이제 새로운 걸 시작할 차례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