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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 세계 인형극 축제 속에서 찾은 반딧불 같은 삶의 순간들!
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1년 10월
평점 :
신기한 여행을 아주 잘 마쳤다.
인형극이라고 하면, 아주~아주 많이 어렸을 때 TV로 보았던 동화인형극들과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오는 인형극이 떠오르는 게 전부 였던 내게, ‘한국 최초 인형극 에세이’라고 하는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는 눈과 머릿속을 반짝반짝 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프랑스 샤를르빌 세계 인형극 축제는 세계 3대 인형극 축제 중 가장 규모가 큰 축제라고 한다. 그 역사도 깊어서 1941년이 이 축제의 시발점이라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 이슈로 이런 축제들이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경험하는 축제의 기록은 더 큰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10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는데, 공연들, 전시회들, 여행지에서 즐기는 일상의 에피소드들과 단상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개인사들과 인문학적인 글들은 쉴틈없는 재미를 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인형극들, 작품들에 대한 설명들과 다른 색 페이지로 적절히 들어가 있는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참 글을 잘 쓰는 분이다.
신기한 인형 사진들은 물론이고, 프랑스 음식, 사람사진들, 사는 모습, 풍경, 유명 작가들의 흔적을 쫓아가는 기쁨도 풍부한 사진들로 누릴 수 있었다.
확실한 한 축제를 주제로 경험하는 여행은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충분한 사전지식을 갖추면 훨씬 좋겠지만, 여튼 여행의 다양함을 알아가는 기쁨도 함께 얻어간다. 또한 적당한 무게감에 완독 후 뿌듯함도 가져간다.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_이 공연은 ‘어린 시절에 악몽과 고열에 시달렸던 한 조각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극이었다.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그 불안한 정서를 공유하게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이 극에는, 한 예술가의 심혼이 고통스러운 질병의 터널을 지나 세상에 나오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 우리가 끊임없이 도망치곤 했던 악몽이란 실은, 생생한 존재만이 겪는 창조적 혼돈인지도 모른다._ [‘고요를 뒤흔드는 악몽’에서]
_어느 시점에 내가 아동기를 벗어나게 되었다면 희주 덕분일 것이다. 그때까지 단세포와도 같던 나는 이 아이를 계기로 감정의 세포분열을 시작하였으니까._ [‘내가 죽어갔던 날들의 기억’에서]
_각각의 방들에는 랭보의 ‘감각’, ‘나의 방랑’, ‘푸른 여인숙’ 등의 시들이 한 편씩 벽에 적혀 있다. 무려 시까지 적힌 방들과 방 주변의 모든 것, 식사가 포함되고도 충분히 저렴한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여기를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_ [‘프랑스 아르덴 신문에 나오다’에서]
_극의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케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짧은 담화의 주제는 ‘자원봉사’다. 케이는 여기의 자원봉사자들이 거의 은퇴 연령 이상임에 주목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행사장에 가 봐도 젊은이가 자원봉사의 주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자원봉사에는 상당 부분 ‘봉사 스펙’이 동기로 작용한다고도 지적한다._ [‘치유의 강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