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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평점 :
‘저녁의 비행’,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약력을 꼭 알아야 한다.
저자인 헬렌 맥도널드는 작가, 시인, 일러스트레이터, 역사학자, 동물학자, 과학사-과학철학과 소속 연구학자, 전문 매 조련사다고 한다. 많은 직함들 만큼이나, 이 책도 다양한 감성과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41편의 에세이 모음집으로 한 마디로 다 표현하기 힘든 벅참이 있는 내용들이였다.
최근 바다속 생물들을 담은 책도 이 책과 같이 읽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자연을 다룬 내용들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저녁의 비행’은 제목과 표지로 짐작 가능한 것처럼, 새들이 많이 등장한다. 일식현상과 숲과 같은 자연부터, 새들은 물론 다른 야생동물들도 나온다. 그저 관련한 전문 지식들을 나열만 하고 있지도 않았다.
작가이자 시인인 특징이 글마다 잘 반영되어 있어서, 무척 서정적이고 감성이 풍부하다. 등장하는 동물들과의 교감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녀의 애정이 그대로 반영되어서 일 것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푹 빠져보아도 좋고, 순서대로 읽어도 풍부한 내용에 따뜻하게 젖어들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_나방은 내 손 위에서 길을 찾으러 윙윙거리며 갈팡질팡하다가 거기서 몸통을 떨면서 가만히 쉬고 있다. 나는 그것을 바깥에다 갖다 놓는다. 다음 날 우리는 그곳을 떠난다._ [‘그녀의 궤도’에서]
_칼새의 몸무게는 약 40그램인데, 그 몸으로 접근하는 공기의 압력에 맞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맞바람을 안고 가는 장면은 마치 대기의 이동과 변화를 보는 듯하다.
아직도 나한테 칼새는 지구상 어디엔가 살고 있을 외계생명과 가장 비슷한 존재인 것 같다._ [‘저녁의 비행’에서]
_빈틈없이 경계하는 다람쥐나 새가 당신 손안에 든 먹이를 가져갈 만큼 충분히 당신을 신뢰할 때, 그것은 참으로 흐뭇하고 특별한 일이다. 우리와 그들, 야생과 길들임의 경계를 넘어서 감동의 지점으로 다가가는 것과 같다._[‘한 줌의 옥수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