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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이 세계의 작은 경이
전탁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_과학을 접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풍요로운 바닷가 항구 도시를 여행하며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_
‘들어가며’에 있는 저자의 생각이 무척 인상 깊었던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천공, 원자, 수리사회, 윤리, 생명의 5개 큰 챕터로 나눠진 내용은, 총 22편의 과학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같이 모두 흥미로웠는데, 과학이라는 큰 줄기를 바탕으로,
500억 년 뒤의 우리네 시간변화, 유성우, 거대 블랙홀에 대한 수수께끼, 진공 발견 스토리, X-선, 자연 방사선 발견, 양자역학으로 다루는 원자의 세계,
확률로 풀어보는 인간 심리와 사회학, 착각, 기억해낼 수 없는 꿈에 걸린 윤리학, 언어를 통해 발전하는 인지능력에 대한 미래, 광차 문제를 통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능성, 왕좌의 게임 속 군대가 생각났던 중세부터 근세에 걸쳐 이슬람 국가들에 있었다는 이민족 노예 엘리트 부대 군인인 맘루크에 대한 내용,
분자생물학과 개미 개체 특징과 조직사회,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던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이동한다는 모나크 나비를 통해서 짚어보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이 이야기는 확장을 거듭해서 은하 어딘가에 있을 수 있는 지적생명체와 지구상의 생명의 기원에 대한 사유까지 이어져 있었다.
서로 연결이 안될 것 같았던 내용들은, 큰 챕터들을 바탕으로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과학 에세이’란 이런 글들을 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매 편 마지막에 항상 하게 되었다.
책리뷰를 쓰다보면, 너무 좋아서 글로 표현하기 힘든 도서들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책들 중 하나이다. 과학책으로도 흥미로웠고, 상식책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거기에 저자의 철학과 서정적인 감성도 느껴져서 훨씬 공감 되었다.
저자는 ‘들어가며’를 통해, ‘과학은 비밀의 정원이다’고 하고 있었는데, 그 비밀 속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이것만으로도 저자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 셈이다. 두고두고 음미하며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다.
_하루는 1년에 0.000017초씩 길어지고 있다. 달이 매일 만조와 간조를 일으킬 때마다 바닷물과 해저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 지구의 회전이 아주 조금씩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 반작용으로 각운동량이 늘어난 달은 매년 3.8센티미터씩 지구에서 멀어진다. 달이 멀어지는 만큼 1개월의 길이 역시 조금씩 길어진다._ [‘해변의 영원’에서]
_웰스의 문학적 상상력은 어느 물리학자보다도 앞서 핵에너지의 병기 활용을 예상했을 뿐 아니라 물리학자 실라르드에게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영감까지 주었다.
예술이 현실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세계가 예술을 모방한다. 이렇게 말한 이는 19세기 말의 유미주의 예술가 오스카 와일드다. 우리의 현실세계는 무참히 무너진 예술의 모방일 때가 종종 있다._ [‘실라르드 박사와 죽음의 연쇄 분열’에서]
_확률이라는 개념은 인간에게 매우 기본적인 것이다. 사람은 가슴속에 희망을 품고 확률의 신전을 방문하여 드물게 확신을, 대부분 상심을 얻고 그곳을 떠난다. 이 세상에는 불확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가득하기에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진화 과정에서 확률 개념을 손에 넣어야 했을 것이다._ [‘확률과 착각’에서]
_언어를 습득하여 새로운 인지능력을 손에 넣는 것은 꼭 외국어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_ [‘언어와 세계관’에서]
_우리의 도덕관과 어울리는 다른 방식으로 이 사회에서 이질적인 요소까지 사이좋게 잘 융합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_ [‘페르시아와 터키의 노예 귀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