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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 판소리 보여드립니다 ㅣ 뉴노멀을 위한 문화·예술 인문서 2
김희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1년 11월
평점 :
오래전 처음 외국여행을 갔던 것은 친구가 사는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일이다. 지금도 깊이 남아있는 그 곳의 이미지는 골목을 돌때마다 들렸던 음악들, 곳곳에 있었던 박물관들과 성당들, 눈길마다 있었던 작품들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면 예술가가 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잘 보존하고, 생활 속에서 노래하고 연주했을 뿐이다.
바로 이 기억들을 소환하게 했던, 부제 ‘판소리 보여드립니다’를 달고 있는,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저자인 김희재는, 조통달 명창의 문하생으로 소리길에 입문하여, 판소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유튜브 ‘청춘소리꾼 희재’ 채널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는, 일반인들이 지루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전통음악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친근하게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명창들이 소리를 할 때 그 흐름에 따라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것일 텐데, 바로 그런 면면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소리들의 내용을 적어서 설명해주는 대목대목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역시 알고 접하면 태도부터가 달라진다.
우리음악의 특징들, 각 지역의 소리에 대한 안내, 등을 비롯해서, ‘판소리의 생김새’ 파트를 통해 극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장단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부분도 오호 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또한 같은 판소리를 다른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들도 적절히 넣어서 우리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해주고 있는 점도 이 책의 추천포인트다.
이런 구성은 책 후반부의 ‘판타스틱하게 잇다, 우리 소리’로 이어지면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악단광칠, 씽씽밴드, 앙상블 시나위 등의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팀들을 소개해주고 있으며, 영화 ‘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의 음악에서 만나는 국악을 통해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바램을 말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QR코드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 서양 클래식 음악책이라고 하면 인기가 있는데, 우리전통음악이라고 하면 손이 언뜻 가지 않은 것은 아마도 재미나게 즐겨본 기억이 없어서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 충분한 계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적극 추천하고픈 내용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개인적으로는 굿거리 장단을 좋아한다. 이론적인 뭔가는 모르겠고, 다양하게 변주된 굿거리장단을 장고(장구)로 치면서 부르는 단가들의 애잔함이 주는 편안함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_우리 소리에도 사투리와 같은 지역색이 있습니다. 국악 프로그램에 나오는 소리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각 지역마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사투리가 있는 것처럼 소리도 지역마다 구수한 향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을 ‘토리’라고 합니다._ [‘우리 가락에도 사투리가 있다’에서]
_늘어진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가을 철새가 무리를 지어 가을 높은 하늘을 수놓은 모습을 상상하면서 시나위 연주를 감상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물론 라이브로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실제 눈앞에서 들었을 때 자연의 기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_ [‘온라인으로 보고 듣는 실험적 전통 음악’에서]
_정재일은 국악을 밀도 있게 다루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국악 사랑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인데요. .....
왜 국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매번 이렇게 답합니다.
“국악을 민족 음악이라는 어떤 당위성 때문에 듣지는 않습니다. 딱히 뭐 우리 전통을 계승해서 온고지신하자는 마음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전통 음악이 아름답기 때문에 좋아해요. 단지 아름답기 때문에.”_ [‘<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의 음악에서 국악을 만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