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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우리 멋
조자용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9월
평점 :
‘신묘한 우리멋’은 조자용 저서 <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서>를 20년 만에 재정비하여 개정판을 출간한 것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문장을 통해서 짐작 가능할 것 같다.
_조자용 어록 가운데 하나. “한국 사람의 멋을 알려면 먼저 한국 도깨비와 호랑이를 사귀어야 하고, 한반도의 신비를 깨달으려면 금강산과 백두산을 찾아야 하고, 동방군자 나라의 믿음을 살펴보려면 산신령님과 칠성님 곁으로 가야 하고, 한국 예술의 극치를 맛보려면 무당과 기생과 막걸리 술맛을 알아야 한다.”
도깨비와 호랑이, 산신령과 칠성님, 무당과 막걸리. 이는 조자용 인생의 열쇠말과 같다. 무엇보다 조자용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풍류’다. 그의 인생은 바로 풍류 그 자체였다. 오늘날 풍류 인생은 보기 어려워 더욱 소중해진 말이다._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윤범모의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멋진 분을 만났다. 하버드 출신 건축가 조자용이라는 흔하지 않은 수식어를 오래전에 달고 있었던 인물, 해방후 1세대 건축가이자 한국전통을 풍류와 기층 문화에서 찾고 널리 알리고자 꾸준히 노력했던 범상치 않은 한 사람....
‘신묘한 우리멋’은 왜 인제야 만났을까 싶어지는 흡입력 있는 내용이였는데, 한국전통문화를 그 모태가 될 수 있는 전반적인 면들 고루 접근하고 있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단편적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조립되는 듯하기도 했고, 새롭게 배운 부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멋을 다룬 부분에서는 서민문화, 민예미술, 건축미술까지, 그리고 1970년대에 이끌었던 해외에서 열렸던 우리예술전시회 내용들까지 들어있었다. 직접 발로 뛰고 정리한 것들이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거기에 우리 문화의 근간에 대한 탐구 챕터를 통해 전통사상, 불교, 도교, 유교 등을, 민족문화의 상징 챕터를 통해 도깨비, 거북이, 호랑이, 용을 다루면서 우리네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전통을 세밀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멋을 안다는 것과 즐긴다는 것은 확연히 다른 내용일 것이다. 다행히 요즘 나온 한국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우리전통문화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히 고무적인 일이겠다. 하지만 아직은 생활 속에서는 어떻게 접해야할지, 어떤 것이 있는지 혹은 있었는지 조차도 잘 모른다.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인 한 분을 만나서 마당극 한 편에서 신명나게 놀고 난 느낌이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전통문화 책이다.
_한국적인 멋의 핵심은 천대 받던 거지나 기생이나 환쟁이나 무당에 의해 구축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또하나 대중의 참여를 간과해선 안 된다. 거지춤이나 무당춤이나 광대놀이나 기생 술판에는 결국 모든 사람이 같은 자격으로 참여하였으며 각각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다.
모두가 여하히 조화롭게 소화해냈는냐로 예술성이 좌우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우리 민족, 민간 예술의 특징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_[‘무당의 신바람’에서]
_상식적으로 널리 알려진 용의 모습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불타는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려는 성난 얼굴인데 신흥사 석용은 어찌 이렇게 인자하게 생겼을까. 이것이 바로 동방의 군자지국 한얼의 미술 아닌가. 그래서 용도 나하고 차차 친해지게 되었다._[‘신흥사에서 만난 무던한 석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