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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세계 - 인간 우주의 신경생물학적 기원
미겔 니코렐리스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세계의 사상가 100인’으로도 뽑힌, 미겔 니코렐리스 박사의 <뇌와 세계>.
뇌과학 분야가 발달하면서 관련 도서나 내용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최근 접한 관련 내용들과는 결이 좀 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뇌의 발달과정, 진화, 신경작용원리, 실험들과 같은 내용들을 많은 분량에 거쳐 다루고 있는 점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확실한 차이점이 있었는데, 뇌를 통해서 들어온 정보들에 대한 해석을 ‘정신’, ‘생각’ 과 같은 추상적일 수 있는 개념에 더 초점을 맞춰서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동양철학에서 익숙하게 접해온 개념들과도 비슷하게 느껴져서 매우 흥미로웠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까지도 생각이 났으니 어떤 느낌이였는지 짐작가능하리라 믿는다.
같은 정보도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인데, 이 모든 차이점은 뇌가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제가 ‘The True Creator of Everything' 인가 보다.
이 한 문구에 대한 내용은 예술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종교나 신화,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자세하게 ‘뇌 중심 우주론’에서 설명해 놓았는데, 이 챕터는 마치 철학책을 읽고 있는 듯 했다.
이어서 시간과 공간의 발명, 자연히 연결되는 양자역학 까지.... 물리학이나 수학 같은 학문도 이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 의한 순수한 발견의 산물로 등장한다는 점을 짚어주면서 이 또한 ‘만물의 진정한 창조자, 뇌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다’는 주장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물리학이나 수학은 뇌를 벗어난 외부의 작용에 대한 풀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었고, 기술발달을 거듭하면서 자꾸 깨지는 물리법칙들을 보면 관점을 달리해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현대의 소셜 미디어, 디지털 중독에 대한 내용을 후반 막바지에 다루고 있었다. 융의 집단무의식으로 진화과정에 새겨진 뉴런 회로 정보들이 소셜 미디어의 가상 세계에서 일부 소실되어 부작용을 낳고 있고, ‘정보 바이러스’ 가 수많은 사람의 뇌를 감염시킬 수 있으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뇌의 가소성과 디지털 중독에 대한 내용은 이미 느끼고 있는 바가 많아서 겁이 덜컥 났다.
_성인 뇌가소성 연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신경과학자 마이클 머제니치는 인터넷이 인간의 뇌에 미칠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화가 우리의 뇌 사용 방식에 변화를 가하면 아주 다른 뇌가 만들어진다.”
머제니치의 엄중한 경고는 인터넷 중독 장애로 진단받은 청소년 뇌의 백질과 회백질 모두에게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추적한 몇 편의 영상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_[‘디지털 중독의 공격’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독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다양한 분야의 풍부한 내용으로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철저히 뇌 위주 내용이라서 뇌에 대한 많은 환상은 경계해야 하는데.. 싶어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뇌도 신체의 한 부분이고 다른 기관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거부감 없이 이해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정신’, ‘생각’과 같은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뇌의 작용,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하여 알고 싶다면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_공간, 시간, 수학, 과학과 같은 실재에 대한 인간의 개념을 정의하는 데 사용되는 온갖 것들의 기원을 찾아나서다 보면 결국 모든 길은 같은 곳으로 이어지는 듯 보인다. 바로 만물의 진정한 창조자, 뇌다._ [‘우주에 대한 수학적 기술의 기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