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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9월
평점 :
_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과연 맥락 없는 고통이 있는가?
정신의학 교과서에서 남성의 우울은 여성의 우울과 달리 성호르몬보다는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설명된다._[‘엄살: 의사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에서]
결코 단순한 책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 선입견 가질 수 있는, 똑똑하고 당당한 여자들을 다룬 내용도 아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발생하지만 제대로 관리를 못 받고 있는 여성에게 생기는 우울증에 대한 내용이다.
총3부로 구성되어있고, 세부내용은 각 3개 챕터를 가지고 있다.
1부는, 호르몬 때문이라거나 엄살로 치부되는 여성 우울증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그 시작부터 흥미롭고 설득력 있어서 집중하게 한다. 뜻밖에 턱관절 장애와의 관련성 내용이 있어서 놀랐다. 턱관절 문제가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여러 가지 심신의 문제가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다뤄지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진단과 구체적인 치료법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약물이 먼저 생기고 우울증 증세들을 찾아서 맞췄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1부내용의 전제인 ‘질병차원으로 접근하는 관점조차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전히 산재해 있는 문제점이다. 관련 직업군 종사자들은 꼭 점검해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_여성이 겪는 질병의 원인은 왜 자꾸만 여성의 몸, 그중에서도 성호르몬 등 생식기와 관련된 것으로 설명될까. 나는 남성을 표준으로 두고 의학 지식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분석할 때, 그들을 둘러싼 온갖 사회, 문화, 경제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생식기 위주로 사유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성 지식인은 여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생식기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_
2부는, 우울의 원인들을, 가족, 연애, 사회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단순히 개인문제중점이 아니라, 가족내에서 딸, 엄마로 가지는 위치, 사회적 약자, 여성으로 강요받는 차별들, 성희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가해지는 우울의 원인을 실제 상담내용과 함께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화나고 마음 아픈 내용들이였다.
실례들을 읽다보면,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어려서부터 학습된 생각은 얼마나 깨기 힘들고 잘못된 선입견으로 자리를 잡는지를 알 수 있었다.
_청소년기에도 우울증은 있었지만, 그때는 다른 사람들 모두 자신처럼 산다고 생각했다. 티를 내지 않을 뿐 자살 하고 싶어 하고, 자살에 실패해서 살아가고 있을 분이라고._[‘사회: 가난하고 취약한 여자들에게 상어 떼처럼 달려들잖아’에서]
3부 타이틀은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 이다. 자살, 돌봄, 회복으로 이어지는 내용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을 우울증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비롯해서, 진정한 돌봄에 대한 내용, 그리고 회복으로 가는 길을 들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회적 구조와 인식의 잘못들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으며 그 관점에서 해결점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여기에서도 실제 인터뷰이들의 생각들이 인상적이면서도 가슴이 아팠는데, 그 속에는 나도 해본 적이 있는 생각들이 들어있어서 더 와닿았다.
결론적으로, 단연코, 여성인권과 사회문제, 우울증, 복지문제,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다룬 많은 도서들 중에서도 빛나는 책이다. 감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인터뷰를 통해 가슴을 터치하고 있고, 적절한 객관적인 자료의 제시와 설득력 있는 서술들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기 충분하다.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누구나 알아야하는 내용이다.
_또한 가까운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감각은 이들을 고립시킨다.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아야 한다’,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이들은 홀로 앓는다. 정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1인 가구 여성이 많아진 것과 여성 자살률이 높아진 것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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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당시 이들이 처해 있던 철저한 고립과 외로움, 절망감을 볼 때였다._[‘자살: 정말로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단 말이에요?’에서]
_우용은 돌봄이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술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따뜻한 마음, 친절함, 사랑만으로는 돌봄을 잘 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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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돌봄의 관계적, 맥락적 속성을 치열하게 사유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돌봄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를 구체화하고, 돌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끊임없이 다시 시도하고 실험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
.... 돌봄은 언제나 종착지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_ [‘돌봄: 각자의 짐이 줄어들면 돕는 게 어렵지 않거든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