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평점 :
_그 애에게는 놀랍도록 차분한 적개심이 있었는데, 그것은 도발되기 전에는 잘 감추어져 있었다. 그 애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법, 그것도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을 알았다._
_클레어는 생각에 잠겨 말했다. “있잖아, 르네. 난 늘 궁금했어. 더 많은 흑인 여자애들, 너나 마거릿 해머, 에스터 도슨과 같은 이들이 왜 절대로 백인 행세를 안하는지 말이댜. 그건 정말 엄청나게 쉬운 일이거든. 그럴 수 있는 유형에 속할 경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거든.”_
아이린(르네)은 시카고 방문을 했을 때 수년전 연락이 끊겼던 클레어를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뭔가 거북한 그 느낌 그대로였고, 놀랍게도 백인인 척 하는 ‘패싱’으로 살고 있었다. 백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는데, 남편은 클레어의 어머니가 흑인인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충격적인 것은 그는 심한 흑인혐오자라는 거였다.....
아이린(르네)은 의문이다. 왜 클레어는 그렇게 집요하게 자신을 집으로 초대하고 그 남편 벨루와도 대면하게 하였는지.... 거트루드까지 동석하게 했는지...... 암튼 더 이상은 클레어, 그녀와 엮이고 싶지 않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_거트루드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
“아냐.” 그녀는 계속했다. “나도 더 이상은 안 돼. 딸이라 할지라도. 세대를 건너 튀어나오는 거, 끔찍해. 그래. 프레드는 정말로 아기의 피부색이 어떻든 상관없다고 했어. 내가 걱정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하지만 물론, 아무도 검은 아기를 원하지 않겠지.” 그녀의 목소리는 진지했고 모두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믿는 듯했다._
아이린은 그걸로 더 이상 그녀를 볼 일은 없겠지 했는데, 클레어에게서 편지가 온다. 읽고 싶지 않았다....
_그러나 그녀는 편지를 읽었다....
.....
“사랑하는 르네, 결국 너의 방식이 더 현명하고 분명히 더 행복한 길일지도 몰라. 그런지도 몰라. 지금 난 확신할 수 없어. 적어도 예전과 같은 확신은 없어._
그 뒤로도 클레어의 편지가 또 아이린(르네)에게 온다... 그녀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설명이 도움이 된다.
1891년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넬라 라슨 작가는 인종 차별에 일찍 눈을 뜨게 되었고, 192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할렘 르네상스를 주도하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사’, ‘패싱’을 출간하면서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지만, 종국에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세상을 떴다.
의식 있는 이들의 1980년대 이후 다른 흑인 여성 작가를 재발굴하는 과정에서 넬라 라슨의 작품이 재평가되어 이렇게 내 손에까지 오게 된 것이였다.
‘패싱’ 이라는 낯선 용어가 단순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읽다보면 미묘한 여성심리들을 통해, 인종차별에 관한 고찰을 넘어, 한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상과 결혼생활에 대한 본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책 속의 이런 이슈들이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재평가의 의의가 또 있을 것이다.
뜻밖의 전개로 가슴이 철렁해졌던 20세기 초, 소설 <패싱>이었다.
_처음으로 그녀는 흑인이라는 점이 너무 무거워 고통스러웠고 반항심이 들었다. 인종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여자로서, 그리고 다른 개인적인 일들로 고통받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소리 없이 부르짖었다. 잔인하고 부당한 일이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