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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보통의 행복 - 평범해서 더욱 소중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그런 날이 있다.
유독 말이 꼬이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짜증이 느껴지는 날,
무심하게 툭 던지는 가시돋힌 말에 오래전 상처까지 헤집게 되어 혼자 우울해 지는 날,
유독 문자 사이로 오가는 의도 전달이 잘 안되서 급기야 전화를 하게 되는 날,
뭔가 자세한 설명도 소리로 잘 나오지 않아서 무작정 목소리 톤만 높아지는 날,
무엇인가를 해야 하지만 하면 망쳐버릴 것 같은 그런 날들이 있다.
이런 날들에는, 아주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된다. 지루하리만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떠올리게 된다.
바로 이런 날 읽었던,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평범해서 더욱 소중한, <아주 보통의 행복>’.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딱 맞는 선택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읽을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소위 말하는 ‘소확행’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그 지루하고 평범한 시간들을 얘기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좋았다.
‘행복’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왠지 뭔가 가슴 떨리는 이벤트가 있어야 할 것 같고, 당장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고, 스마일을 입꼬리 끝에 계속 달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런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우울한 뜻밖의 자가검열을 하게 되기도 한다.
최인철 교수는 그런 것들에 대한 억지스러운 강요가 없다. 심리학적인 요소들이 적절히 섞여있는 내용들은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제각각의 심리들을 기초로 다양한 경우들을 다뤄주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챕터를 하나 뽑는다면, ‘이기적인 사람도 때론 이타적이고 싶다’였다. ‘순수 이타성’에 대한 고상하고 도덕적인 기준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내용이였는데 선행에 대한 선입견과 모순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여튼 옳다 생각되는 것은, 나의 내면의 이기심을 둘째 치고, 일단 행동해야 되는 것이다.
_우리는 늘 우리 자신이 가진 동기의 순수성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순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순수 이타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착한 일을 하게 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고, 착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의심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아직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 안의 이타성을 억압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기적인 사람도 때로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싶다.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기업도 때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에게서 순수 이타성에 대한 완벽주의의 멍에를 걷어내야 한다._
저자가 ‘행복에 대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채웠다는 이 책, 은근하게 깊이 남는다. 추천하고픈 심리학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