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평점 :
_“.... 종종 우리가 특이한 애나 남들과 다른 점을 가진 사람을 외계인 같다고 하잖아. 사차원이라고도 하고. 그치? 우리 중에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리 없을 법한 사건 하나를 던져서, 지금 당장 그 일이 일어난다고 상상해 보는 거야.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말이지. .....”_
파키스탄 훈자에 모인 여행자들은, 특정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해 보는 ‘외계인게임’을 한다. 이 게임을 통해 각자의 생각이 드러나는데....
앞부분을 읽어가면서는 익히 알고 있던 컨셉의 여행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평범한 표현으로 나열된 첫 인물의 스토리는 이런 분위기로 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앞섰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에 불과했고 읽을수록 빠져드는 내용과 화법에 단숨에 완독할 수 있었다. ‘2020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할 만 하구나 싶어졌다.
주요 등장인물은 파키스탄 훈자,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5명이다.
너무 평이해서 응원하게 되는 ‘설’, 깜짝 놀라서 머리끝이 쭈뼛해졌던 ‘하나’스토리, 참 치졸하다 싶지만 또 너무 흔해서 씁쓸했던 ‘최작가’, 지금 20대를 대변하는 듯한 ‘나은’, 그리고 가슴이 뜨뜻해져서 눈물이 밀려 왔던 ‘후’ 이야기......
보다보면, 모두 각자의 세계에서 홀로 시간을 겪어내며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라고 생각이 들지만, 또 그 와중에도 정말 필요한 것은 ‘서로’ 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어쩌면 너무 뻔한 주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롭게(?) 창작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저자 오음 작가는 이것을 5명의 시선으로 훌륭히 해내고 있다. 누가 읽어도 참 좋을 것 같다.
_‘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되고, 그러면 또 다른 시대를 황금시대라며 동경하게 되겠죠.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인생이라는 게 본래 불만족스러운 거니까요.’_
_“... 거짓말처럼 좋은 건 무서워. 거짓말처럼 사라질지 모르니까. 찬찬히 꽃이 다 지면 떠나야지 했는데 지금까지 있게 됐네.”_[‘김설’에서 ‘후’의 대사]
_밤은 우리를 이상한 존재로 만들어버려 단지 취했거나, 혹은 성탄이 다가온다거나, 심지어 그의 손가락이 길고 굵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랑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우리는 여행자란 이름으로 누구보다 솔직해질 수도 있고 자신이 말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_[‘남하나’에서]
_매일 아침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자신의 등을 바라봐 준 순간들을 기억하겠다는 아내의 글이 나를 찔렀다.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지지했음을 안다고. 그 기억으로 지금도 힘을 얻는다는 아내였다._[‘최낙현’에서]
_분명하고 엄청난 이유라도 있었다면 나도 눈물이라도 흘리며 털어놓았을 테지만, 사실 이렇다 할 이유는 없었다._[‘전나은’에서]
_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지라도 이미 새로워진 나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눈을 뜨면 사라져 버릴까 눈을 감은 채 음성을 더듬었다._[‘오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