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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지음 / 허블 / 2021년 6월
평점 :
미래를 다룬 SF물을 볼 때마다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하곤 한다. 좋아하는 장르지만 주로 외국작가 작품들 위주로 접했던 지라, 아직도 한국인들이 주인공인 SF물은 왠지 어색하다.
여튼 최근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을 꾸준히 접해보고 있는데, 이 소설집, <단어가 내려온다>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미래로 가져온 언어와 문화의 계승, 정체성에 관한 내용으로 읽혀졌다. 각 편이 결코 가볍게 봐지지 않았고, 다양한 상황과 설정 속에 우리를 밀어 넣는 듯 했다.
죽음과 생존에 대한 선택성, 언어의 생성과 소멸의 의의, 다른 행성 다른 시대지만 여전히 논란중인 문화에 관한 논쟁들, 진화와 존재에 관한 고민 등...
오정연 소설집, ‘단어가 내려온다’는 미래가 배경이였지만 이렇듯 온통 오늘의 이야기들이였다.
_나를 방치할 수 없었다. 온 세상이 까맣게 돌아서기 전에 돈을 모아서 내가 나인 상태로 인생을 마무리해야 했다._p21 '마지막 로그‘에서
각 편을 읽어가다 보면, 내가 떠나보낸 시간들, 지금 내가 함께 하고 있는 것들, 사람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희망에 나를 걸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깊이 있는 SF물을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_.. 어느 민족이든 남성과 여성이 선호하는 지학 단어는 서로 판이하였다. 대부분 남자는 강한 의미의 단어를 받길 원했지만 막상 그런 단어를 받은 여자는 두려워했다. 세상이 흉흉해지면 그런 여자들은 마녀라고 불렸다._p61 '단어가 내려온다‘에서
_지구력이 참고사항이 되어버린 화성에서, 예전 명절을 사수하려는 민족별 노력 역시 각별했다.
.... 사람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친구를 횡단하는 위성 두 대를 달이라고 고쳐 부르며 정을 붙여보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한 일이였다. 난데없이 추석을 챙기게 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했다._p102 '분향‘에서
_정체성이란 본래 자의적이다. 애초에 우리는 남자로, 엄마로, 아들로, 한국인으로, 장애인으로, 성 소수자로, 지구인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길러질 뿐이다. 아주 운이 좋다면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정체성을 선택할 수도 있다._p106 '분향‘에서
_“확실한 건, 지금 그들이 우리와 같은 세상에 있건 없건 상관없이, 그들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멀거나 가까운 미래에 분명한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이에요. 그 차이가 바로 의미 아닐까요?”_p206 ‘행성사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