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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평점 :
_내 삶이 막막하지 않았던 것은 엄마 덕분이다. 엄마가 나의 빛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엄마는 나의 태양이다. 글자 그대로, 엄마는 넓고 넓은 땅을 따사롭게 비추는 태양이다.
나의 태양인 엄마는, 나 역시 계절이 바뀌는 걸 알아차릴 수 있도록 정원에 향기를 지닌 나무를 심어주었다. 서향이며 금목서며, 그 밖에도 향기를 품은 나무들이 많이 있다. 엄마는 그 정원을 ‘토와의 정원’이라고 불렀다._p7
토와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그랬고, 그래서 이 아이의 세계는 엄마와 집과 향기나는 정원이 전부이다. 수요일마다 식료품을 문 앞에 두고 가는 수요일의 아빠와 구로우타도리 합창단 노랫소리가 바깥과 연결되는 전부다.
엄마가 읽어주는 글들과 손으로 느끼는 촉감들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듯하다. 헌데 가만히 그녀의 독백을 따라가다보면 엄마는 일을 나갈 때마다 수면제를 이 아이에게 먹이는 듯하다. ... 혼자 집안에 방임되는 듯 하다. 그러다 열 살 생일날에 처음으로 바깥에 나가게 되는데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신발조차 없었던 토와는 낯선 소리들에 혼란스러웠던 시간 이였다.......
_그런데 어느 날, 니비가 사라졌다. 엄마와 똑같았다.
아무런 예고도, 작별 인사도 없이 돌연 마법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_p105
사라진 엄마를 기다리며, 견디다가 발견된 토와는 스무 살이 넘어서였다. 아무런 기록조차 없었던 이 아이는 새롭게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엄마가 없는 삶을.....
제목만 보고, 말랑말랑한 식물 가득한 따뜻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소설은 시각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예쁜 적도 있지만 불우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엄마는 없지만 새로운 빛으로 꾸며가는 삶을 그리고 있었다.
‘토와의 정원’으로 돌아온 토와와 안내견 ‘조이’의 생활은 참 포근하게 넘어간다. 이웃인 마리 씨와 친분을 쌓게 되고, 첫사랑도 하게 된다.
세상을 만나고 느끼는 법을 시각장애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묘사되는 글들은 색다르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도 그림 그리듯 따라가게 만든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토와, 그녀의 세상에 발 한 쪽 얹어본다. 따뜻하다.
_내가 이 집에 돌아온 걸 축북하는 듯 구로우타도리들은 명랑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꼭, 잘 다녀왔어! 하고 말해주는 기분이었다._p158
_나는 공기 중에 나릿나릿 떠도는 부드러운 날개옷을 낚아채듯이 어느 향기 하나를 겨냥해 숨을 들이마신다. 공기 중에는 언제나 수많은 향기가 한들한들 춤추는 듯 뒤엉켜 있다._p201
_"근데, 지금은 전혀 달라. 눈이 부실 정도로 예뻐졌어. 토와, 잘 버텼어.“
갑자기 스즈가 나를 다정하게 칭찬해줘서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_p230
_진심을 담은 마리 씨의 말 때문에 나까지 마법에 걸린 것일까, 어쩐지 홍차가 여느 때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역시나 마리씨는 마법을 쓰는 마녀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는 마리 씨의 마법이 한껏 효과를 발휘한다._p243
_내 삶에 조금씩 보석 같은 시간이 늘어난다. 이따금 약 먹는 걸 잊어서 그 암흑 같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패닉에 빠지는 때도 있지만, 지금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압도적으로 눈부신 아름다운 빛이다. 손을 뻗으면 그곳에 빛이 느껴진다._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