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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평점 :
헤르만 헤세라고 하면 흔히 독일작가, 철학자로 통한다.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과 같은 도서들로 더 익숙하다. 하지만 그는 소설보다 더 많은 에세이와 시들을 남겼는데, 내가 알기로는 특히 정원 일에 진심이였다. 정원일의 즐거움이라는 헤세 에세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정원일을 하고 있는 헤세 사진을 표지로, 본가 책박스 어딘가에..).
이 책,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은 헤세의 시들과 자연에 대한 에세이를 폴커 미헬스가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정말 반가운 헤세 시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안개 속에서’는 맨처음 접한 시작품이였는데, 너무 좋아서 손글씨로 써서 한참을 품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읽었던 번역과는 어투가 달랐지만 감동은 여전했다.
_<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안개 속에서 걸으면 이상해!
관목이나 둘이 모두 혼자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든 나무가 저 혼자다.
내 삶이 아직 환하던 때
세상은 온통 친구로 가득 찼었지.
지금 안개가 덮이니
아무도 보이질 않아.
피할 길 없이 나직하게
모두에게서 자기를 떼어놓는
어둠을 모르는 사람은
그 누구도 지혜롭지 못해.
안개 속에서 걸으면 이상해!
삶은 홀로 있는 일이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니
모든 사람이 저 혼자다._
사랑스런 나무들, 자연 속에서 느낀 바를 적어 넣은 글들은 무척 아름답고 사색적이다. 단순히 읽고 보는 것을 떠나, 간직하고픈 도서다. 좋은 여행파트너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_한번 더 따스하고 향기로운 짧은 여름밤에 건초더미에서 잠이 들고, 한번 더 숲의 새, 도마뱀, 풍뎅이와 조화롭게 어울려 지내는 방랑의 시간을 갖고 싶다! 여름 한철과 장화의 새깔창 하나를 바칠 가치가 있는 일이지._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