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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 여든 살 아버지 인생을 아들이 기록하다
한일순 구술, 한대웅 엮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5월
평점 :
나이를 먹을수록, 삶 자체를 버텨내셨다는 것만으로도, 어머니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때론 포기하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기도 하다.
이런 부모님의 삶을 말로 듣고 글로 적어서 펴낸 책이 있다. '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이다. 여든 살 아버지의 인생을 아들이 기록한 것으로, 한일순 구술 한대웅 씀이다.
제목만 봐도, 녹록하지 않았을 인생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여든이시니,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았던 시절을 모두 겪어내셨다.
보통 역사서를 보면, 큰 사건들 위주로 굵직한 인물들 위주로 서술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근현대사는 국제 정세가 더 복잡하여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평범한 한 인간으로, 남편으로, 가장으로, 아버지로 한 시대를 살아낸 이야기라서 특별하다. 평범하지만 글로 쓸 만큼 이상한 경험들도 하셨고, 또 한편 현실적이라 남 일 같지 않다.
_전규만이 아버지를 원주 집으로 데려가서 재우고 경상북도 영주에서 저녁밥을 사준 것도 모두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짜놓은 계획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규만과 그를 쫓아간 마을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전규만은 범행 장소로 자신이 잘 아는 곳을 택한 것이다._p15
_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꼭 필요한 말만 할 뿐 개인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두 분은 애정을 깊이 나누진 않았지만 천륜이 내린 정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그 정은 ‘애틋함’이라기보다는 의무감에 가까웠던 같다._p158
덤덤해서 더 여운이 남는 이 분의 인생이었다. 지금 되새겨보니 내 부모님들도 그렇다. 가만히 견뎠던 삶이였다.
_아버지가 말했다.
“머슴살이할 때는 일만 했지, 놀았던 기억은 없다. 그러다 보니 친구에 대한 변변한 기억도 없다.”
아버지는 이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매일 질질 짰지! 과거를 원망해봤자 뭐하냐! 그렇게 해봐야 좋은 일은 하나도 없다. 그때 벌어진 많은 일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벌어졌지!”_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