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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어지럽고 우울한 마음에, 편안해 지고 싶어서 집어든 책인데, 이렇게 눈물이 난다.
첫 페이지부터 ‘맞아 맞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어느새 나이라는 것을 먹었나보다. 나가 있을 때는 나이를 묻는 이들도 없고 거울도 잘 보지를 않고 지내서인지, 잊고 살았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생판 남도 나이부터 묻고 여기저기 세대를 적어 넣을 일도 많다보니 숫자로 다가오는 내 서류상 기록의 팩트가 낯설기만 했었다.
헌데 이 책, 첫 페이지부터 실감이 되었다. 이렇게 ‘괜찮아’, ‘그럴 땐 이렇게 해야 해’... 라고 말해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선배가 지금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갈증을 가요계의 큰 언니, 양희은님의 글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라 그래>..... 얼마나 편하게 해주는 말인가..... 이 말은 내 자신과의 화해로 가는 첫 걸음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눈물이 난다.
_물에 빠져 목까지 물이 차올라 깔딱 하고 죽게 되었을 때 내게 손 내밀어줄 사람이 있을까?
이럴 때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손가락질하거나,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 보아준 오래 묵은 사이이다._p31
_앞으로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저 담백한 찌개 같은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노래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_p111
_고단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내 노래가 지친 어깨 위에 얹어지는 따뜻한 손바닥만큼의 무게, 딱 그 만큼의 위로라면 좋겠다. 토닥여줄 줄도 잘 모르지만, “나도 그거 알아”하며 내려앉는 손, 그런 손 무게만큼의 노래이고 싶다._p156
_늘 떠날 듯이 산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배낭 하나만큼만 짐을 쌀 줄 아는 마음, 다른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 마음.... 그때 그때 만나는 산과 강과 사람을 고마워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산과 강과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하는 마음.... 낯선 곳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늘 낯선 곳에 있는 듯 자유로운 마음, 신선한 눈빛으로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 잔가지에 얽매이지 않고 중심의 본 줄기를 찾는 마음.
굳이 짐 꾸려 떠나지 않더라도 하던 일 그대로 하면서, 서 있는 자리에서 조촐한 오솔길을 내볼 일이다._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