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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평점 :
간간히 현대물리학 관련 내용들을 읽어오면서,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미시적, 거시적 세계에 대한 해석을 하는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 둘을 조화있게 할 수 있는 물리학 이론들이 계속 연구 중인 모양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새로운 루프양자중력이론을 수립하는 데 오랜시간 공을 들여온 물리학자가 바로, 이 책,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이다. 낯선 양자중력에 대한 안내 및 다양한 학자들과의 진지한 토론들, 이 이론을 만들어간 힘든 과정들을 솔직하게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견고하게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는 시공간이라는 개념의 새로운 정의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물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하여 다른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꽤 오래전이다.
_우리는 보통 두 가지 사건은 항상 시간 순으로 정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건이 ‘먼저’일어나고 다른 사건은 ‘나중에’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가 아닌 우주의 다른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어떤 시점’에 그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 질문이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질문은 무의미하다._p138
_수학적 서술을 통해 세상을 표현할 때 ‘시간’과 ‘공간’이라는 분리된 개념 대신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 시공간이란 일종의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의 집합 같은 것이다._p143
저자는 이 개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양자중력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_오늘날 양자중력을 통해 얻는 새로운 사실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망처럼 연결된 알갱이들의 확률운으로 이루어진 중력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아이디어와 특수상대성이론을 연결해서 생각해본다면, 시간과 공간은 긴밀하게 이어져 있으므로 공간의 부재는 결국 시간의 부재를 의미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양자중력의 공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_p144
이 시점에서, 왜 갑자기 고대 선인들은 앉은 자리에서 시공간을 넘어 우주까지 꿰뚫어볼 수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어쩐지 다 연결된 듯한 느낌이.....
결론적으로, 이 책의 내용들을 다 옮길 수도 없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여러 번 읽고 관련서적도 다시 열어봐야 할 것이다. 살아 움직이고 있는 과학에 대하여 깊은 감명을 받았고, 고정된 이론, 지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분야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모든 면에서 안테나를 세우고 계속 알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_과학자들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론을 수립하고 이 세계의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될 순간에 느낄 흥분과, 평생을 바친 연구 내용이 결국 틀린 것으로 밝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_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