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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로그 - 전시와 도시 사이
유영이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4월
평점 :
_이씨 일가의 공간이 리움이라면, 우리도 그 모양은 다르지만 각자의 Um을 지니고 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분위기, 작은 오브제부터 색깔, 향기 등 감각적인 요소까지 나의 취향을 기반으로 여러 사물을 찾아 나만의 공간 안에 조합시킨다. ‘나’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우리의 행동이 단어 ‘뮤지엄’이 걸어온 길과 비슷한 결에 놓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_p50
도시 공간을 공부하고 플라잉시티 공공미술기획가로 활동 중인, 유영이 저자는 이 책, <다이얼로그>를 통해, 세계 여러 도시들의 사물과 전시의 이야기, 삶 속에 녹아든 우리의 전시공간들에 대한 내용,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같이 온, 굿즈 ‘다이얼로그 카드’를 통해서 주변을 바라봐 보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과 풍경들이 색다르게 보인다. 의미 있어 보인다. 심지어 간식까지 그렇다 ㅎㅎㅎ
_..가장 기억에 남는 워크숍, <레몬 그리기>를 소개해 본다. 워크숍의 내용은 이렇다.
첫 번째, 레몬을 그린다.
두 번째, 레몬 맛 사탕을 먹는다.
세 번째, 다시 레몬을 그린다.
으레 봐 왔던 레몬을 그리는 데 있어서 대부분의 학생은 그 형태에 집중한다. 그러나 레몬의 맛을 본 후 그림을 그리면 신맛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게 된다._p82
외국에서 경험한 도시이야기는 다른 여행들과는 매우 다른 관점이라서 특히 흥미로웠다.
_누군가 내게 이탈리아에서 배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빼기의 미학’이라고 답한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반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디자인의 정수가 존재한다.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 하나가 가지는 의미와 파장은 매우 강하다. 군더더기 없이 그 존재만으로 설명되는 묘한 힘이 있는 디자인. 그것이 이탈리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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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기를 통해 강조할 메시지를 다듬는 작업, 강약이 있는 전시는 기억에 남는 그 어떤 것, 즉 정수를 남기기 마련이다._p98, 99
_한 예술가가 버려진 동독 신호등을 예술 상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조명이나 장식품에 불과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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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뻔했던 신호등이 도시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 지금 이 순간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_p146
도시 속에서, 집에서, 주위를 돌아보며 다른 관점으로 새롭게 보며 생생한 모험을 즐겨보라고 얘기해 주고 있는 멋진 책이었다.
_베를린 동쪽에 살던 내게 암펠만은 집이 가까워졌음을 알려 주는 ‘신호’였다. 고단한 하루가 끝날 무렵, 초록색 암펠만을 보며 쉴 곳이 있음에 감사했던 기억이 진하다. 도시의 아이콘이 내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는 기분이랄까._p144
_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_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