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시, 소설 과 같은 문학작품과 같이 하는 여행은 참 아름답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을 여행할 때는 단연코, 한시와의 동반일 텐데, 여기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이 바로 그 아름다운 기행의 연장선에 있다. 중문학자 김성곤 교수와 함께 떠나는 장강, 황하는 정말 풍부하다.
중국 한시 기행이 특히 더 재밌는 이유는, 역사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수 천 년이 함께하는 그네들의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다. 또한 역사와 일화를 담고 있는 한시를 통해, 오래전 현자에게서 지금과도 통하는 교훈과 공감을 얻기도 한다.
한시 작품이 매개체이기 때문에 문장들이 낭만적인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_[은하수 흘러내리는 초원: 구곡황하제일만] 에서
전망대가 있는 산봉우리는 그리 높지 않지만 평지가 이미 해발 3,500미터를 넘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 산중턱에 이르러서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구곡황하제일만을 바라본다.
끝없이 너른 초원과 낮게 드리운 하늘이 맞닿은 아득한 곳으로부터 하얀 비단 띠 같은 황하가 거대한 S자형으로 춤을 추듯 초원을 가르며 흘러온다. 절로 이백의 시구가 터져 나온다.
“군불견, 황하지수천상래!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그대 보지 못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흘러내리는 것을!” 천상의 물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는 현장을 보고 잇는 것이다._p171
눈에 보이는 듯한 풍광의 섬세한 서술은 그곳에 가 있는 듯하여 행복하고, 중문학 전공 저자의 유려한 글은 읽어서 즐겁다. 여행서로서도 정말 훌륭하다.
_[시 왕국의 아침을 깨우는 고고지성: 공의 두보고리]에서
두보는 고산을 붓걸이로 삼고 대지를 벼루로 삼아 천고에 남을 불후의 시편을 남길 수 있었다. 필가산 하나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토굴집 옆쪽에 마련된 전시실에는 두보의 어린 시절 모습이 생동감 넘치는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_p326
_... 낯선 타향을 전전하며 늘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었던 두보, 인구에 회자되는 그의 수많은 명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빚어낸 것들이 대부분이다. 무덤을 어루만지면서 두보의 평안한 영면을 빌며 그가 고향을 그리며 지은 유명한 시 <월하억사제>를 노래했다.
수자리 북소리에 사람 자취 끊기고
변방의 가을 외기러기 소리
이슬은 오늘 밤부터 희어지고
달은 고향처럼 밝은데
동생들 다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물을 집조차 없다네
편지는 오랫동안 가닿지도 못하니
하물며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음에랴 _p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