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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평점 :
_아내가 떠났다.
내게는 온다 간다 말도 없이 긴 여행을 떠났다.
그날 아침 아내와 난 한차를 타고 속초로 향하던 길이었다. 함께 가던 도로 위의 풍경들이 적막하고 아득하다. 둘이 같이 떠난 속초 여행에서 아내는 나를 내버려두고 홀로 먼 길을 갔다._
첫 문단을 읽고 숨이 턱 막혔다. 속절없이 바로 곁의 이를 떠나보낸 작가의 마음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한참 본문을 읽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갈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공간과 물건을 견뎌내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그는 멀리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어 교사로 떠났다. 아주 낯선 곳이라 더 좋았으리라.
죽음을 통해 삶과 사랑을 통찰하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어가고 있으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더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의 부재를 경험하게 될 경우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고통을 넘기며 일어서는 저자를 가만히 응원하면서, 읽는 이도 위로받는다.
_누구든 멀쩡히 살다가 언제 갑자기 북극성으로 가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정신이나 육체에 이상이 생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된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_p112
_외로울 때는 외로운 대로 깊은 숨을 쉬면된다. 그리울 때도 그리운 대로 먼 하늘을 바라보며 털어내면 되지 않을까?_p274
_길을 걷다 보면
남기고 나누고 간직해야 할 생각들과
잊고 버리고 포기해야 할 생각들이
하나하나 정리되는 시간을 만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멀리 걷는다._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