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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투 드라이브 -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성장 에세이
마날 알샤리프 지음, 김희숙 옮김 / 혜윰터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의 이야기가 판타지 소설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나 이 시대를 살아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점철되어온 남성위주 시스템에서 섬세하고 진정한 힘으로 이끌어 왔던 것은 여성이였다고 확실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 길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여성이 여기 있습니다.
내용을 읽다보면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 였으면 좋겠다 싶어지는 이 책은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구 저편의 현실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 종교교리 해석과 적용에 관한 문제, 사회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에 관한 실체, 인간의 잔인성 등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_새벽 두 시, 비밀경찰이 우리 집으로 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급하게 두 번 이어졌다.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흔들렸다. 다섯 살 난 아들은 잠들어 있었지만, 나는 남동생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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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나는 동생의 차를 운전했다는 ‘죄’로 교통경찰에게 걸렸다. 구체적인 죄목은 ‘여성운전’이었다._p11
_우리 학교 교과과정의 핵심요소는 충성심과 부정에 관한 교리였다. 부정의 첫 번째 단계는 이교도를 증오하고 이들의 적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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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교도들에게 미소 짓거나 반겨서는 안 되었다. 이교도들의 나라에 거주하거나 그곳을 여행해서도 안 되고, 이교도들의 명절에 함께 모여 축하하거나 결혼식이나 장례식처럼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서도 안 되었다._p112
어떻게 보면 ‘시스템이 우리와 달라’ 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회에 대한 본질은 어디에 사는 누구든 잘 짚어보며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바로 옆에 불공정한 다양한 차별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지은이 마날 알 샤리프처럼 스스로 떨쳐 일어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에게는 동조의 힘을,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을 대신 할 수 있는 자각을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_“..... 운전에 관한 한 우리는 무지하고 문맹입니다. 박사학위를 가진 대학교수라도 여성인 경우에는 운전하는 방법을 전혀 모릅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변화를 원합니다.” ...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다른 운전이었다. 와제하가 나를 지켜보는 증인으로 함께 있는 게 느껴졌다. 카메라의 시선이 증인이 되어주고 있었다._p238
지금은 호주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마날 알 샤리프는, 사우디 내의 여성운동을 지원하면서 그녀의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호주와 사우디를 오가며 ‘마침내 진정한 나의 집을 찾은 듯하다’고 하는 그녀는, “집이란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이 자유롭게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는 곳” 이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모르는 이가 없었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다만, 이 에세이를 읽고 이슬람문화에 대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이슬람 국가가 이렇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강한 통제로 일관하는 국가는 특정지역에 몇몇이며, 다른 이슬람 국가들은 자유롭고 직장에서의 여성비율도 매우 높습니다. 운전은 물론, 헬멧 안에 히잡을 쓰고 청바지를 입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멋진 여성들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