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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2 - 전2권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평점 :
_".... 그 아이들을 보니까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았어. 어릴 적에 내 동생하고 중국집 문밖에 서서 짜장면 냄새 맡은 적 많았거든. 아무리 먹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먹지. 부모 없는 애들이 돈이 있을 턱이 있나. 그 시절 생각나면 지금도 눈물 나와.“
영선은 잠시 .....
“... 나는 옛날 생각하기 싫어.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 어려서 부모 잃고 누나랑 달랑 둘만 남았을 때 누구 하나 도와준 사람 없었거든. 도와주기는커녕 도와달라고 할까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도 없었어. ... ”
용팔의 거친 말에 영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선은 연민의 눈빛으로 용팔을 바라보았다._p31 32
‘연탄길’의 한 남매에게 짜장면을 먹게 해 준 어느 중화요리집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고래반점을 운영하는 용팔과 영선은 둘 다 부모 없이 보육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에 대한 온도는 비슷하지만, 위의 매우 다른 두 문장처럼 그 시절을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이 이야기는, 고래반점을 중심으로 오고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남매를 신경쓰고 지켜주고 싶어하는 용팔이, 장애를 넘어 마음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인과 인하, 그리고 딸 서연에게는 폭력을 휘두르는 최대출의 욕정과 몰락.. 서연을 지켜주고 싶은 동현....
어려울 때 받았던 용팔의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꿈까지 키우게 된 상수...
_비밀은 일상 속에 가득했고 진실은 저만큼의 거리에 있었다. 세 다리만 건너면 꽃도 칼이 되는 세상이었다._p161
막바지로 갈수록, 혼란스러웠다. 생채기 내기 바쁜 사건사고들에 당황스러웠다. 작가는 어떻게 수습하려나 하면서 읽었다.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아’ 하게 되었다.
모두 각자의 욕망과 생각에 충실하다. ‘.... 주변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심을 다해 도와준 적이 없는 사람들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 하지만, 결국 그래서 더 이 나라에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지켜줘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구구절절 설명보다는 대화와 사건위주여서 더 사실적이다.
특히 인상깊은 구성은 용팔이가 수첩에 적는 글들이다. 아마도 작가가 건네고 싶은 바일 것이다. 시 같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다.
_해바라기의 눈높이로 바라보아야 볼 수 있는 세계의 진실이 있다. 민들레의 눈높이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세계의 진실도 있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_p334
우리 모두 어둠이 있지만, 그 너머에 빛을 보고 나아가는 것이다. 아픔을 삼키며 서로 부대끼며 의지하며 달려가는 것이 우리네일 것이다. 뜻밖의 전개로 가슴 철렁했던 소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그래서 삶이다.....
"오직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