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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 인생을 항해하는 스물아홉 선원 이야기
이동현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평점 :
한 세상을 사는 법은 모두 다르다. 내 경험에 비추어 상상가능한 다른이의 삶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환경과 세계를 살아가는 이의 삶은 알기 어렵다.
이 ‘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는 후자의 경우로, 선원으로 살고 있는 이의 생소한 생활과 그 속에서 깊은 사색을 하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선박선 내부와 작동하는 원리, 기계들, 선상생활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듯한 뜻밖의 재미를 준다. 정박한 여행지들도 사진과 글로 담고 있어서 보는 즐거움도 있다.
_“웅쿵광 픽! 웅쿵광 픽! 웅쿵쾅 픽!”
1번 발전기에서 평소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픽!”
소리가 계속 거슬린다. 위대한 엔지니어는 소리만 들어도 안다. 평소 규칙적이던 소리와 다르게 나는 “픽!” 소리에 기계를 점검한다._p147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계 사이사이에서 느끼는 저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들이 인상적이였다. 바다를 보며 사는 삶이라 그런가? 참 따뜻하고 감상적이다. 포근한 한 세계를 맛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_배는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공간, 집이 일터고 일터가 집인 공간인 그런 곳이다. 나는 퇴근해서도 ‘삼’이고 당신은 내 상사이며, 나는 내 이름으로 불리는 날이 없다. 배에선 내 이름과 함께 나를 읽어간다. 가끔 난 내 이름을 불러보곤 했다. 잊지 않기 위해 ‘동현아’하고._ p74
_배는 생각할수록 인생과 닮았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흘러가고, 내가 원한다 해서 멈추지 않는다.
.....
태풍이 치고 예기치 못하게 항로가 바뀌는 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다. 삶 역시 언제 태풍이 불지, 나의 길이 변할지 모르는 것이다. 결국 ‘배는 간다’는 사실이 우리네 인생도 흘러간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_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