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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_문해력이 중요한 이유는 문학이야말로 사용 설명서이기 때문입니다.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매뉴얼,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에요._p27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는 판타지 소설역사에 한 획을 그은, 어스시연대기의 작가, 어슐러르귄이 수년간 쓴 강연과 에세이, 책 서문과 작가들에 대한 글들, 서평들,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판타지 소설로만 접했던 저자에게 이 글들을 통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2018년 88세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녀가 남긴 이런 에세이와 서평들이 더 의의가 깊은 글들이였다. 소설과는 다른,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깊이 충격을 받았던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순수문학만 주류로 인정받았던 시대상과 그 업계의 분위기다. 미처 생각도 못 해 봤던 이슈였다.
_장르 개념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장르에 따라 판단한다는 건 더더욱 어리석고 유해해요,_p33
_판타지 문학의 역사와 폭넓은 이론을 하나도 모르면서 어떤 판타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비평가들은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게 될 겁니다. 그 소설을 읽는 방법을 모르니까요._p35
다른 하나는, 여성작가라서 받았던 홀대와 차별, 저평가다. 이 문제는 시대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오고 있는 문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에슐러 르 귄은 특히 위 2가지, 장르물 작가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과 부당함을 체감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강연 등을 통해, 그녀는 개척자의 모습으로, 후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목소리가 정말 뚜렷하고 분명하다.
_매혹적인 책 <노트북>에서 그는 10세 소녀의 결혼을 합법화함으로써 소년애 행위를 합법화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프티(율법학자)를. 또 사제들이 벌이는 소년애를 저주하기를 너무나 꺼리는 로마 교황을 혹평하는데, 이 또한 저항할 수 없는 이들을 심하게 해치는 문제다.
사라마구의 무신론은 페미니즘의 한 조각이고 그의 페미니즘은 여자들에 대한 학대와 저임금 지불과 평가 절하에 대한 격분, 모든 사회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권력을 오용하는 방식에 대한 격노이다. 그리고 이 모두가 그에게는 사회주의의 한 부분이다. 그는 약자 편에 서 있다._p273
_내가 왜 사라마구의 책 중에서 개가 나오는 작품들을 개가 나오지 않는 작품들보다 높은 위치에 두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마 ‘인간’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지 않으려 하는 작가의 모습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인간성에 집착하면 할수록 덜 인간적이 되는 것 같다._p277
서문들, 서평 등을 통한 에슐러 르 귄의 생각은 구태의연하지 않으며 문제의식이 뚜렷하고 고무적이다. 특히 여성, 페미니즘, 사회비판에 대한 내용들은 매우 유익하다.
또한, 군더더기 없이 내 생각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 지를 잘 알 수 있는 글들 이였다.
주저없이 강추다!
_현실 상상력과 환상 상상력이 본질상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루슈디의 호화롭고 격렬한 역사와 전설의 혼합물이 거둔 성공을 설명해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물론 모든 설명을 넘어서서 이 책에 이만한 매력과 힘, 유머와 충격, 활기와 찬란함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대가의 글솜씨다._p465 <살만 루슈디의 ‘피렌체의 여마법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