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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 ㅣ 스토리콜렉터 91
윌리엄 린지 그레셤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1월
평점 :
_마술도 좋지만, 나도 지나처럼 인간의 본성을 잘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모든 사람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마술을 한다. 설득, 그게 바로 지나의 쇼다. 다른 사람은 따라 할 수도 없다. 저렇게 능란한 말재주를 갈고 닦으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녀는 말문이 막히는 법이 없다._ p53
_지나는 인간을 안다. 인간은 다 비슷비슷하다. 열 명 중 아홉 명에게 똑같은 대답이 적절한 것이다. 다섯 중 하나는 무슨 말을 하든 곧이곧대로 믿고, 맞는지 물으면 맞다고 대답한다. 아니라고 대답할 줄 모르는 호구이기 때문에.
맙소사, 이 일은 정말 식은 죽 먹기다! 여기에 금광이 숨어 있었다니!_ p88
스탠의 욕망을 잘 알 수 있는 이 대목들, 그렇다. 이 책 ‘나이트메어 앨리’는 인간본성과 심리에 대한 내용이다. 카니발쇼를 하는 인물들이 살아있다. 각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표현은 바로 이 소설에 딱 맞는 말일 것이다.
저자의 이력을 읽고, 그리고 제목만 보고는, 그 내용이 어둡고 우울할 것이라 짐작을 하고 읽기 시작 했었지만, 모든 챕터들이 예상과 다르게 굉장히 생동감 있다. 각 챕터는 타로에 사용되는 22개의 카드를 필두로 시작하고 있는데 사람을 잘 읽는 지나가 하는 일과도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는 장치다.
한편 책 전반적으로는, 시간이 가면서 사람 심리를 이용하는 법, 콜드 리딩 등을 익혀가는 중심인물, 스탠에 집중하게 된다.
_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내면 누구든지 조정할 수 있다. 질문과 대답 공연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두었다가 바로 거기를 찌르는 거다.
.....
기인은 두려움으로 만들어진다. 술에서 깨어 맨정신으로 공포를 마주하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나? 두려움 때문이다. 관객이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알아내고 그걸 도로 팔아라. 그게 열쇠다. 열쇠!_ p103
카니발을 넘어 독심술쇼, 심령술목사까지 성공적으로 해내게 된 스탠과 몰리 커플. 그 모든 과정에는,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일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다, 스탠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_릴리스 리터 박사는 넓은 마호가니 책상 너머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언젠가 연락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칼라일, 당신은 유령 사기극을 혼자 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돼요.”_ p234
그리고 그 뒤로 10장의 카드가 남았다...
최근에 작가의 개성이 뚜렷한 소설들을 계속 읽고 있다. 정말 ‘행운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 소설 #나이트메어앨리 는 그 중 대표적이다. 생동감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카니발 캐릭터들, 다양한 바램으로 스탠을 키우게 되는 보통 사람들, 그 모든 부분을 관통하는 인간심리에 대한 내용과 장치들... 스탠을 형성하고 있는 가정사, 어떻게 성장하고 무너지는가....사회상 까지... 읽는 내내, 부족함이 없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선택을 받아, 금년에 영화를 개봉을 한다니, 어떻게 각 인물을 그려내고, 그 만의 미장센으로 어떤 장면들을 만들어 낼지 정말 기대된다. 우울해 보이는 삶을 살다 53세로 떠난 작가 윌리엄 린지 그레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국 <가디언>지가 뽑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열 권의 소설책’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