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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_식물세밀화가로 일하는 이소영 작가가 본인의 일에 대해서 들려준 말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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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에서 식물학 그림을 그리면서 식물 세밀화가로 일을 시작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치솟으리라 예측하고 결정한 진로는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너무 빨리 식물과 관련된 일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20년이나 30년은 더 지나야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면서.
그 말이, 훗날 우거질 다음 세대의 숲을 상상하고 묘목을 살피는 마음가짐과 닮아 있어서 왜 나는 일찍 그런 넓은 전망을 그리지 못했을까 후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책이(또한 내가 쓴 다른 책들이) 그렇게 천천히 열매를 맺는 숲을 조성하는 일이다._ <‘서문’에서: 이다혜>
길게 보고 본인의 일을 끌고 간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그렇게 가져가는 작업의 고귀함이 잘 느껴지는 서문중의 내용이였다. 나 또한 저자인 이다혜 작가처럼 왜 나는 이런 전망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부터나도 그래야겠다와 같은 상투적인 멘트나 결심은 뱉고 싶지 않다. 그저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많은 청소년, 그리고 어른이라고 칭하는 나이대 사람들까지 모두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이 글에서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무척 오랜 시간 공들여서 진행한 인터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우 다른 분야들에 종사하고 있는 인터뷰이들의 전문성도 녹아있어서 매우 의의가 깊다. 보통 인터뷰 내용이라 함은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장황해 지기 마련인데, 이 책의 내용들은 매우 재밌다. 역시 이다혜 작가!! 였다. 이 안에 언급된 바로 그 진로가 아니더라도 노력하고 있는 일과 커리어, 진로를 임하는 기본 자세들과 인생에 대한 조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 정세랑 편에서>
_최종심에서 장르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탈락을 거듭하면 장르성을 지우고 다시 쓰는 대신 장르소설을 다루는 잡지로 가면 된다. _ p114
_가고자 하는 방향을 안다 해도 그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다. 계획과 다른 일은 언제나 생긴다. 그러면 임기응변이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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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한 방향이 자기한테 더 잘 맞을 수도 있거든요. 글을 쓰겠다면, 글을 쓴다는 정도만 정해 두고 어떤 형식이나 장르가 맞는지는 있는 힘껏 다양하게 접해 보고, 분위기가 나쁘면 옆으로 옮기고 옆으로 옮기고.......”_ p122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편에서>
_‘일하기’에 중점을 둔 인터뷰를 청했을 때 응하기까지 망설인 이유도 그 신중함에 있었다.
“환상을 키우고 싶지 않아. 내가 이렇게 될 걸 누가 알았겠어요. 그날그날 살아온 거지. 매일 성실하게 사는 것 말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다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만 계속 생각하면 되지 싶어요.
내 가치는 다른 사람들은 돕고 싶다는 것이었지, 남들 앞에 나서서 리더가 되거나 정치를 하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내 가치만 정하면 돌아가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거예요.
금방 이루지 못할 수 있어요. 나도 그랬고. 그래도 가는 거지. 뚝심이 있는 게 중요한 거 같아. 뚝심 있게 가다 보면,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는 거지.“_ p203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