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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 ㅣ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평점 :
분명 정부관료인 공무원에 대한 내용인데, 이렇게 웃기고 재밌을 일인가! 읽다보면 통쾌한 기분이 드는 시원한 문체다. (물론 류재화 번역가의 역량이 발휘되었을 테지만...)
공무원 생리학은 명작으로 필독도서로 올라있는 ‘고리오 영감’ 의 저자인 오노레 드 발자크 의 이른바 생리학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익히 풍자와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로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재밌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었다(소설이 아님에도..).
더 놀라운 점은, 19세기의 행태를 꼬집어 놓은 내용이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들의 본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에도 종류가 많은지라, 공무원의 기준부터, 어느 선까지가 여기에 해당이 되는지, 이들이 갖게 되는 특질이 무엇이고 사회전반에 거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다양한 공무원들의 각각의 특징, 등등이 매우 흥미롭다.
제목만 보고 ‘페이지가 잘 넘어갈까?’ 하고 미리 속단했던 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나처럼 제목만 보고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며, 발자크의 시원한 사회풍자에 흥미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옮긴이의 주석이 독자들의 이해를 잘 돕고 있는 점도 추천 포인트다.
<본문 중>
_삼권 분립의 나라에서 한자리를 놓고 천 명이 경쟁하는 꼴이다. 공무원은 스스로 보호자가 되어야 할 뿐, 그러지 못할 경우 승진은 없는 셈이다. p42_
_임시직은 경력을 쌓아도 소용없다. 다른 공무원을 통해 이런 불평등을 실감하게 된다. 사무실 안에 어떤 계략이 있는지 알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상사가 될 수 없다. p112_
_‘사환’: 이 말단 공무원의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왜냐하면 진짜 철학자는 드문 법이기 때문이다.
.....
이들은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다 보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나름의 비평과 정치학을 가지고 있다. 대중들 눈에는 그들이 오히려 비중 있는 사람이다. p184_
_‘퇴직자’: “언제 이 시간이 끝나리오! 언제 그만둘 수 있으리오! 언제 퇴직을 하냔 말이오!....”
앞으로 2년, 또는 5년, 아니면 18개월 남은 사람들을 다들 행복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각자 미소를 짓는다. “저자들이 나가야지! 그래야 젊은 사람들도 자리가 생기지!”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자기한테 오면, 무슨 마드무아젤 마르스, 아니 배우가 된 것 같다. 아직도 파릇파릇하고 한창이라며 한 번도 ‘판단력’이 흐려진 적이 없다고 우긴다......
“이렇게 부당할 수가! 난 수입과 지출이 이제야 맞기 시작했어. 이제야 내 딸을 결혼시켰다고! 난 경험이 많아. 국가는 충분히 내 지식을 즐길 수 있어. 이제 뭐 하나 좀 잘하니 날 해고해? .....”_ p18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