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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흡혈마전
김나경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1931년, 경성, 진화여자고등보통학교 학생인 희덕은, 어느날 우연히 기숙사에 새로운 사감 선생 계월의 기이한 행동을 목격한다. 도대체 뭘 한 건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괜히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입밖으로 내지를 못하고 있지만, 알아볼수록 그 창백한 피부의 새 사감 선생이 너무 이상하다.....
은근히 그녀의 행적을 쫓다가 드디어 확실히 보고 말았다...
_ 희덕은 일전에 문틈으로 엿본 장면보다 노골적인 광경에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어야만 했다. 고라니의 엄니만큼 커다란 두 송곳니가 계월의 입안에서 쑤욱 돋아났다. 그러곤 이와모토의 목이 사과인 양 크게 베어 물었다. 아니, 아니었다. 무언가를 꿀떡꿀떡 삼키고 있었다. _ p54
시작이 무척 흥미롭다. 추리호러물 같은 분위기로 딱 내 취향이라 단숨에 읽었다.
이 책, ‘1931 흡혈마전’ 은 제1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으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사전 연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공간적인 배경을 ‘경성’으로 설정한 것은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일제시대의 경성은 많은 미스터리와 공포물, 혹은 선진문물의 장소로 사용되어 왔는데, 경계의 끝에 많은 것들이 아프게 공존했던 곳으로 신비로운 면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소재에 무척 어울린다.
장르물은 스토리가 생명이라, 여기에 적어 넣을 수는 없으나, 1931년, 경성에 등장한 여자 흡혈마라는 처음 보는 캐릭터의 등장이 뜻 깊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로 변화와 성장을 겪는 희덕과 기숙사 학생들을 눈여겨 볼만하다.
각 챕터의 제목들이 한국 근현대문학 작품을 비슷하게 오마주한 것도 흥미로웠다.
결말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추측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향후 어떤 사건과 경험들로 성장과 좌절을 거듭하게 될지...... 후속편이 기다려진다는 다른 이들의 감상평들이 완전히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