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 신을 향한 여행자의 29가지 은밀한 시선
이기행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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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적 문제를 계속 쫓아온 인간에게 ‘신’에 관한 이슈는 영원할 것이다.


먹고살기 바빠서 잊더라고, 원래 그런거 신경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죽음이 목전에 왔을 때는 뭔가 절대적인 존재에 의탁하는 것을 책이나 영상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혹은 주변을 통해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저자도 내가 추측한 그 너머 어떤 물음을 위해 적당한 때가 왔을 때 이 여행을 시작했을 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특징은 이들의 여행지를 통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는데, 흔히 많이들 가는 화려한 도시들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물음이 계속 피어나고, 종교들이 태어나고 유지되고, 그 모습들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장소들 위주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인도.


많은 종교의 탄생지인 만큼 인도와 주변에 대한 내용들이 많다. 그저 소문으로만, 역사로만 알고 있었던 곳이라 실제 그 곳을 경험한 저자일행의 에피소드들은 매우 흥미롭다. 


거기에, 미묘한 문화차이, 종교의 모습, 삶에 대한 현지인들의 철학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단순한 여행서 라기 보다는 철학서를 보는듯한 인문학적 즐거움도 가득하다.


그 중심을 잡으며 이 글을 쓰려고 애쓴 흔적들도 군데군데 느껴져서 좋았다. 



'나도 이런 여행길을 떠나볼 수 있을까?' 하다가, 문득 자신이 없어진다. 몸도 마음도 편한 떠남을 여러 번 경험한 나로서는 이런 여행길은 이제 모험의 범주로 들어가 버렸다. 


'적당한 타협이 익숙해진 것일까?' 하는 물음을 내게 던지며, 

저자의 끝나지 않은 여정에 나도 그에게 묻는다, “만나셨나요?”



[사막의 선지자들] 중에서 (in 타르사막):


_휴식 시간을 마치고 우리는 낙타행렬은 사막을 다시 건너갔다. 사막은 정말 모래밖에 없었다. 문득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과 강과 들판이 있고 많은 동식물이 자라는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연물 곳곳에 많은 신이 깃들어 있다는 다신주의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나무, 어느 동물 하나하나 신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반면에, 모래밖에 없는 사막에서 생겨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배화교 같은 종교들은 다신교를 배제한다. 아마 사막에서 간절히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오아시스 하나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유일신을 믿는 것이 아닐까. _



[니힐리즘과 공] 중에서:


_신은 죽었다고 외친 니체는 의지할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허무주의에 빠져들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기댈 대상은 신이 아니고, 인간 자신이기에 살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끊임없이 찾았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 하여 어두운 굴속에서 음울하게 머무는 것은 안식이 아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그녀의 시에서 이렇게 썼다.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이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삶은!‘ _



[프롤로그] 중에서:


_그의 말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흘러 버렸다.


‘당신은 지금도 걷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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