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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이런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간혹 내게 말을 걸어오는 도서가 있다.
이런 책들은 잘 때 머리맡에 둔다.
리즈 마빈 글에 애니 데이비드슨이 삽화를 넣은 ‘나무처럼 살아간다’ 가 그렇다.
식물도감이 아니다.
물론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잘 표현된 각 나무의 특징들만 보면 도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딱딱한 특징 설명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 나무의 특징을 한 편의 에세이로 완성해 놓았다.
가령 다음의 미루나무 편의 시작을 보면 읽어보지 못한 이들도 대략 어떻게 글쓰기를 해 놓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루나무 - 모든 나이가 아름답다
_우리는 나이 듦의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경험이라든가 성숙함과 함께 오는 혜택들을 놓치기도 한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나무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사실 나무는 빨리 나이 들기 위해 분투하고, 나이가 들면 그 시간을 즐긴다._
........
'미루나무'의 시작은 이렇다.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나무의 예를 들고 있는데 이 페이지에서는 주인공인 미루나무의 특징들이였다.
_미루나무는 북미 지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란다.......
나이가 들면 이 속도도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포기를 의미하진 않는다. 마치 중년의 보디빌더처럼 몸의 부피를 늘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기 중의 탄소를 정화하기 위한 최적의 몸이 만들어진다. _
여기가 글의 끝이다. 읽기 부담없이 짧지만 시작에 던진 문장의 의미를 마지막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각 나무편들이 모두 이런 형식이며,
저자는 읽는 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고 이 생명체들의 지혜를 잘 기억해달라고 하고 있는 듯하다.
꼭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잘 녹아있다.
읽다보면 저절로 편안해진다. 제본은 또 이렇게 낭만적이고,
무게는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도 좋다.
가만히 두고 보기만 해도 좋은 이 ‘나무처럼 살아간다’ 는, 지금도 잠시 멈추고 자기랑 얘기하자고 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