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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우노메 인형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평점 :
_처음에는 멀리서 보였다. 지금은 침대 옆에 있다.
오도카니 서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지금 여기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는데--
...... 단발머리에 손을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 있다.
그리고 얼굴은 새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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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일하는 후지마는 연락이 닿지 않은 유미즈를 찾아 집에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서 발견한 것은 유미즈의 시체, 양쪽 안구가 없이 뻥 뚫린 두 구멍만 얼굴에 남아있는 시체였다.
그리고 타다 만 육필원고 하나,
그 원고 속의 화자는 호러물을 좋아하는 중학생, 리호다.
원고를 읽다보면 학교에서는 외톨이이고,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나와 숨어 살고 있다. 그렇다고 어머니도 그닥 의지가 많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불우한 환경의 리호와 동생들이다.
전작 ‘보기왕이 온다’ 에서처럼, 관계의 틈이 공포의 주제임을 앞부분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보기왕이 온다’는 그 틈이 교묘하게 감춰져 있어서 시작해서 중반까지는 알아채지 못했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나오는 가부장적인 주인공의 본모습에서 어째서 보기왕이 올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였었다.
이 ‘즈우노메 인형’ 도 그 텅 빈 공간, 틈이 시작부터 언급된다. 불우한 환경의 원고 속 인물이 등장하고, 그 글을 읽고 있는 현실 속의 화자가 있다. 화자도 리호 못지않게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즈우노메 인형’ 의 저주는 풀 방법이 있어보인다. 그 방법을 찾는 것만이 주인공이 살 길이다.
이렇게 호러와 미스터리가 같이 포함되어, 무섭지만 호기심을 생기게 한다.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한다.
‘보기왕이 온다’ 의 공포가 아직도 생생해서, 보고 싶은 마음과 무서운데...싶은 이 두 모순된 기분으로 책을 열었다. 저자인 사와무라 이치는 전해오는 이야기, 떠도는 괴담을 통해 가장 친밀하고 따뜻해야 하는 인간관계의 틈을 공포로 풀어내는 것 같다. 특히 가부장적이고 남성위주 사고를 은근히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일상의 공포와 연결되어 있어서, 더 무섭다. 나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주가 되는가' 로 던지는 답, '즈우노메 인형'.
_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환각, 인형, 무의식에 영향? 실은 걸작?
예선 심사위원 세 사람에다 편집자 한 명.
그때 시야의 구석으로 작은 그림자가 보여서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였다._p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