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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응켱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9월
평점 :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는 인기 일러스트 작가 응켱의 에세이다.
참 낭만적인 제목이다.
일찍 퇴사를 하고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는,
서른 넘은 혼자인 여성이 이 사회에서 받게 되는 온갖 시선들, 편견들, 자신을 계속 다잡게 되는 이런저런 생각들,... 등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지나도 낭만적인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표지나 제목이 장난스런 느낌이 있어서, 그저 재미있고 가벼운 내용일 거라고 생각하며 오산이다.
1장 ‘낭만과 현실 사이의 균형’ 에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거나 느꼈던 내용들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좌절까지 다루고 있다.
_위로마저 위로되지 않는 밤이 있다. 그런 날에는 무슨 말인들 위로가 되지 않았다. 괜치 더 비참한 기분뿐이었다. 가라앉는 이 기분을 도저히 막을 길이 없었다._
나도 어느 순간, 한 잔의 술도, 기분 푸는 노래 한 가락도 .. 그때뿐이고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 허망한 순간이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던 챕터였다.
_‘적당한 연명’은 결국 삶의 지혜인 것 같다. 선을 지킬 줄 아는 자만이 행할 수 있는 궁극의 균형 감각 같은 거. 나는 직장을 다니며 그러질 못했다...... 결국 적당한 균형 감각과 고요함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_
퇴사를 하고 본가로 내려와서 하는 ‘특별하지 않아도 낭만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 2장에 이어,
좀 더 깊어진 내용, 저자의 생활철학과 신념으로 3장과 4장, 끝을 맺고 있다. 이 챕터들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자신에 대해 계속 돌아보고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생각과 느낀 바를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_다양성의 시대에 맞춰 필요한 이 행동 양식을 비로소 나의 것으로 체화해 내고 보니, 이로써 고리타분한 관습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결혼’을 스스로도 한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본인이 결혼주의자임을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을 한다면, 지금의 애인과 하고 싶다. 이 사람은 내가 많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 도움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 못지않게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관념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기 때문에._
_편견을 더 이상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게 된 계기는, 어쩌면 이 삶의 한계와 모순을 조금 더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면서였던 것 같다. 구분과 기준이 하나 없이 이 삶을 산다는 건 굉장히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결국 평범에 대한 강박은 삶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과 불안이기도 했던 것 같다._
작가의 이런 솔직함이 좋다.
굳이 멋짐을 강조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냥 인정하는 글의 담담한 간결함이 설득력있다.
마무리는 이렇게!
_기왕이면 낭만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그렇게 나이 들어 갔으면 좋겠다._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