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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슬로하이츠의 신 1~2 - 전2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그래, 난 직즉에 눈치채고 있었다.
내 안에서는 이 책이 단순한 추리소설이나 스릴러가 아니라는 것을 1권 중반정도 읽었을 때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라? 생각과 다른 류 였네?’ 하면서 홀린 듯이 2권까지 읽어버렸다.
그런 책이다. 일어를 모르니 원서는 읽어볼 기회가 없겠지만, 추측하건데 굉장히 섬세하게 번역작업도 하셨을 것 같다. 왜냐하면 등장인물들의 심리들이 작은 단서단서 하나에 조심스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슬로하이츠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여 사는 건물의 이름이다. 영어합성어다, 슬로우+하이츠.
시작에 나오는 집단자살사건은 주의끌기용이라 할 수 있다. 책소개만 보고 이 사건에 집중하다보면 반드시 “?”를 가지게 될 것이다. 참 영리한 부분이다. 또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더 정신차리고 바짝 읽게 된다. (물론 그 사건이 일부 인물들의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거주자들은 소위 창작가들. 예술가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거나 지망생들이다.
일찍 인정받아 돈과 명성을 얻은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차이점, 바로 '성흔' 의 유무로 표현되는 그것이다. 예술가들의 딜레마, 선망과 부러움, 질투의 미묘한 감정선들... 관련편집자, 추종자까지.. ‘슬로하이츠’ 가 상징적으로 품고 있다.
_"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 애는 왜 가공의 결승선을 만들었을까. 왜 나를 결승선에 욱여넣었을까. 나는 친구로 남고 싶었는데."_ <본문 중>
1권까지는 어떤 성장소설, 청춘소설 같았다. 그러던 중, 비 오는 밤, 서류 봉투가 도착하고 스미레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변화와 함께 2권이 시작된다.
2권은 문제의 서류봉투를 두고 흥분해있는 다카미로 시작한다. 그 봉투가 새로운 의문의 시작이다.
두 번째 책에서 인물들이 다양해지고 더 입체적이 되었다. 서로에 대한 영향에 관한 내용도 더 탄탄해져서 관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중반까지는 아무 일도 없는 듯하다. 하나의 심리극을 보는 듯하다.
기본 베이스는 유명작가 지요다 고키이고 중심인물은 집주인 다마키인 듯 싶다. 겉으로 보기에 모난 성격이지만 정 많고 오지랖 넓은 다마키의 속내와 삶이 드러나면서 중반이후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씩 바뀐다. 그 와중에 미스터리 하나는 가지고 간다.
그 흐름이 무척 자연스러워서 눈치채기 힘들 정도였다. (이 작가 글은 처음인데 이런 자연스런 전개들이 인상 깊었다)
막바지에 비밀이 밝혀지고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증명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는 그런 류가 아닌 것 같다.
한 편의 순수문학, 그리고 미스터리 자체 보다는 인물들의 대화와 표정만으로 이끌어가는 무대 위의 심리극 같았다.
한참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고민을 하게 되는 책이다. 결론이 아니라 그 전개과정 덕분에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